「농민문학」|농촌현장감이 부족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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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농민문학의 새로운 전개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농민문학이 농촌을 그려나감에 있어 지식인의 차원에 얽매이고 있고 농촌의 현장에서 솟아나는 힘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김영호씨(문학평론가)는 『농민문학론의 새로운 전망』 (실천문학 5권) 이라는 글에서 이같이 말하고 지금까지의 농민문학의 실태와 앞으로의 전망을 살펴보고 있다.
김씨는 1920년대를 출발점으로 1930년대에 농민문학이 문학의 중요한 쟁점이 되었다가 해방이후 일정기간의 단절기가 있은후 70년대에 새롭게 부각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20∼30년대의 농민문학은 농민의 실체와는 유리된 엘리트의식에서 출발하여 농민과의 일체감을 상실하고 있으며 춘원의 『흙』 이나 심훈의 『상록수』등도 소설의 전개에 있어 대체로 도피처로서의 농촌을 선택하거나 농촌에 대한 막연한 향수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70년대에 와서 농민문학에 대한 관심은 정부주도형 산업화이후 농촌의 피폐에 따른 농촌현실의 심각성이 대두되어 일어나게 되었다고 본 김씨는 그러나 70년대 농민문학 논의도 농민문학이 필요하다는 선에 머물렀지 농촌과 농민에 직결된 농민문학의 발흥은 없었다고 지적했다.
김씨는 70년대 농민문학논의를 평론가 염무웅씨와 김치수씨, 시인 신경림씨의 주장에서 살피고 있다.
염씨는 『농촌현실과 오늘의 문학』에서 산업화이후 우리농촌의 문제가 우리사회의 구조적 모순을 첨예하게 반영하고 있음을 지적하면서 도시문제를 포함한 탁월한 농민 문학의 창조를 역설 했다.
김치수씨는 『농촌소설론』 에서 한국사회의 개선되어야할 현실로서의 농촌현실에 대한 문학적 관심은 한시대 지성인 문학이 마땅히 담당해야한다고 말했다.
신경림씨는 『농촌현실과 농민문학』에서 농촌현실에 대한 관심은 소재 이상의 것으로 문학에서의 농촌은 역사적·사회적 개념으로 받아들여져야 한다고 적극적인 의미를 부여했다.
김영호씨는 이들의 농민문학론을 소개하면서 그러나 이러한 농민문학논의도 결국은 농촌현실의 급박함을 강조하면서도 문학적 수용을 지식인 차원에서만 진행시키는 모순에 의해 자생적인 농민문화의 창출을 무시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씨는 농민문학은 지식인(문학인) 에 의한 농민문학과 농민에 의한 농민문학의 탄력있는 대응을 통한 통합에서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씨는 최근 작품으로는 송기숙씨의 『자랏골의 비가』『암태도』 등이 지식인의 농촌현실에 대한 탄력있는 대응을 어느 정도 보인 것으로 들고 그 이유를 농촌에 대한 구조적 인식위에 토속어·속담들을 구사해 농민생활을 깊이 있고 실감나게 보여주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최근 「삶의 문학」제6권에서 보여준 농민 공동창작시『옥메듭두 풀구유』를 김씨는 농민문학의 큰 가능성으로 지적했다. 농민에 의한 농민시인 이 시에서 농민문학의 주체로서 농민이 부각되었다는 것. 농민들의 작품은 전체적인 시선을 유지하지 못하고 현장에 매몰되어버릴 위험성이 있기는 하지만 지식인에 의해 농촌이 수렴되고 평가되는 폐쇄성은 상당히 극복되었다고 보았다.
김씨는 문학인과 농민의 연대감이 강화되어 농촌의 문화전통속에서 농민문학이 나와야 하며 궁극적으로는 직접 농업에 종사하는 농민작가의 출현이 요청된다고 강조했다.

<임재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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