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상으로 보는 관절질환] O자형 다리, 줄기세포·인공관절로 쭉 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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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정형외과병원 조재현 원장

‘아이고, 무릎이야.’ 70대 중반의 박씨(여·서울 성동구)는 걸을 때마다 비명을 지른다. 박씨가 퇴행성관절염으로 고생한 지는 꽤 됐다. 처음에는 무릎을 바늘로 콕콕 쑤시는 듯한 통증이 발생했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 그러려니 하고 가끔 물리치료를 받은 것이 고작이었다. 하지만 두 달 전부터 야외활동이 불가능할 정도로 통증이 심해졌다. 결국 병원을 찾은 박씨는 퇴행성관절염 말기라는 진단을 받았다.

무릎 퇴행성관절염은 무릎관절 사이에서 무릎뼈을 보호하는 말랑말랑한 연골이 닳고 찢어지는 질환이다. 그러다 보니 뼈와 뼈가 맞닿아 통증을 유발한다. 처음엔 쑤시고 시큰한 증상을 보이다가 염증이 악화되면 무릎에 물이 차고 붓는다. 증상이 더 진행되면 다리가 O자형으로 휜다.

적지 않은 환자가 관절염을 방치하다가 증상이 악화된 뒤에야 병원을 찾는다.

퇴행성관절염 초기에는 약물·주사·운동요법으로 효과를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같은 보존적 치료에도 증상에 차도가 없거나 악화되면 줄기세포 치료와 같은 비수술 치료를 고려해 봐야 한다.

퇴행성관절염에 사용하는 줄기세포는 신생아의 태반에서 추출한다. 의학용어로 제대혈 줄기세포다. 이를 배양해 세포 수를 늘린 후 최적의 세포를 골라 환부에 주입하면 연골 조직이 재생된다. 제대혈 줄기세포 치료는 환자의 나이와 관계없이 시술이 가능하다. 따라서 다양한 연령층에 활용된다. 시술시간도 30분에서 1시간 정도로 비교적 짧다. 줄기세포를 집어넣기 위한 절개 부위도 2~3㎝로 작다. 시술 후 6개월에서 1년 정도 경과하면 재생된 건강한 연골을 확인할 수 있다.

일상생활이 어려울 정도로 증상이 악화된 관절염 말기라면 인공관절치환술을 받는 것이 최선의 답이다. 손상된 무릎관절을 깎고 다듬은 뒤 특수 재질로 만든 인공관절을 삽입한다. 최소 절개를 통해 출혈과 통증, 흉터 자국도 줄이고 근육과 인대 손상을 최소화해 빠른 회복을 도와준다.

인공관절치환술을 받는 환자의 대부분은 오랜 기간 다리가 O자형으로 변형돼 있거나 운동 제한이 온 경우가 많다. 특히 연부조직(무릎관절을 유지하거나 움직여 주는 인대·힘줄·연골·근육 등)이 굳어 있다. 심한 통증으로 무릎관절을 제대로 사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인공관절 수술을 잘 받았어도 연부조직을 풀어주지 않으면 무릎을 움직이는 범위가 제한적이다.

따라서 인공관절을 삽입하기 전에 집도의가 경직된 연부조직을 조금씩 늘려가며 이상적인 균형을 잡아줘야 수술 결과가 좋다. 이른바 ‘연부조직 균형술’이다. 이렇게 연부조직을 풀어준 뒤 인공관절을 삽입하면 무릎을 움직이는 범위가 눈에 띄게 빨리 회복된다. 환자 무릎 상태를 미세하게 조정하고 풀어줘야 하므로 의사의 숙련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제일정형외과병원 조재현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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