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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씨, 尹씨 내세워 위장매매 의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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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후원회장이었던 이기명(李基明)씨의 용인 땅 매매를 둘러싸고 새 인물들이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1일에는 윤동혁(尹東赫.42)과 김남수(42)라는 이름이 등장했다.

尹씨는 李씨의 양아들로 알려졌으며 金씨는 청와대 노동개혁 T/F 소속 행정관이다. 이에 따라 이들 간의 얽히고설킨 관계에 대한 세간의 의문이 증폭되고 있고, 여기에 이기명씨의 거짓말까지 겹쳐 파문은 확산일로를 치닫고 있다.

◆윤동혁씨도 대리인?=이기명씨의 땅을 산 소명산업개발의 실소유주가 뒤늦게 尹씨로 밝혀졌다. 청와대는 지난달 28일 해명자료에서 용인 땅 매입자를 '(이기명씨의)지인 회사'라고 했다. 결국 이 '지인'은 尹씨였다. 특히 尹씨는 평소 李씨를 '아버지'로 불렀다고 한다.

관심은 尹씨가 용인 땅 매매 과정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가다. 중앙선관위 자료에 따르면 尹씨는 인천체고를 중퇴했다. 그는 35세였던 1996년, 4.11 총선에 경기도 안산갑에서 무소속 후보로 출마했으나 7백88표를 얻어 낙선했다. 당시 그가 선관위에 낸 자료에는 경력란에 '13대 대선 김대중 선거대책위원.연청 지도위원'으로 적혀 있다.

그는 현재 경기 안산시 본오동에 살고 있으며 소규모 건자재 판매업체인 H건업(현재 영업 중단)을 운영하고 있다. 이웃 사람들은 "정치적 야심은 있지만 40억원이나 주고 땅을 살 만큼의 재력은 없다"고 말했다.

尹씨는 지난달 19일쯤 경기도청을 찾아가 "이기명씨 사업을 대행하는 사람"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뒤 주택공사가 구성읍 일대에서 진행하는 택지개발지구로부터 이기명씨 소유의 임야로 연결되는 폭 15m짜리 진입로를 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시기는 李씨와 소명산업개발 간에 용인 땅 매매계약이 이뤄지기 1주일쯤 전이다.

이 부분에 대해 한나라당은 "이기명씨가 자신의 땅을 서류상으로만 위장매매한 게 아니냐"고 의혹을 제기했다. 尹씨는 대리인인 정모씨를 대표로 내세워 소명산업개발을 설립했고, 李씨는 바로 그 尹씨의 회사를 앞세워 자신의 땅을 사게 한 만큼 용인 땅 매매는 사실상 李씨의 손 안에서 이뤄졌다는 주장이다.

◆청와대 행정관의 등장=이기명씨의 용인 땅 등기부등본에는 2001년 3월 5일자로 국민은행이 李씨의 용인 땅을 담보로 10억1백만원의 근저당을 설정하는 데 채무자가 김남수 현 청와대 행정관으로 돼있다.

金행정관은 한국 야쿠르트 노조위원장 출신으로 96년부터 盧대통령 캠프에서 일해왔다. 지난해 대통령후보 경선 당시에는 노동보좌역으로 활동했다. 한때 미래상사라는 기계공구 유통업도 했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또 다른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李씨가 金행정관의 이름으로 돈을 빌린 뒤 소유권 이전청구 가등기를 설정한 2001년 3월은 생수회사인 장수천의 리스대출금을 회수하기 위해 한국리스여신이 적극적으로 나선 시점이다.

이 때문에 한나라당은 "장수천 부채의 연대보증인인 李씨가 자신의 땅이 한국리스여신에 의해 경매로 넘어갈 것을 우려해 한발 앞서 金행정관의 이름을 빌려 근저당권을 설정한 의혹이 있다"고 말했다.

박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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