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시민교육의 권위자인 미국 컬럼비아대 윌리엄 과델리 교수는 “기업은 외부의 자극이 없으면 모든 이슈를 경제적 관점에서만 바라보려 한다”며 “기업시민 활동이 활발해질 수 있도록 정부와 언론이 기업을 이끌어야 한다”고 말했다. 학생이 교육을 받아 시민으로 성장하듯 기업 역시 기업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정부와 언론이 제 역할을 해줘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세계교육포럼 참석차 방한한 과델리 교수와 국내 시민교육을 선도하는 경희사이버대 어윤일 부총장이 만나 기업시민의 개념과 역할 등에 관해 대담했다.
▶어윤일 부총장=“기업도 시민이란 개념이 아직 생소하다. 지속가능한 발전이 전 세계적인 의제로 제시되면서 기업의 역할도 달라지고 있다. 경제적 역할만 담당했던 자본주의 초기와는 기업 모델이 달라야 한다.”
▶과델리 교수=“한국에선 1990년대 이후 윤리경영이란 이름으로 기업의 사회적 역할이 강조됐다. 지금의 자본주의 체제는 많은 도전을 받고 있다. 기업은 사회라는 안전망과 제도의 틀 속에서 보호받지 못하면 존속 자체가 불가능하다. 기업이 시민의 역할을 하고 사회문제 해결에 앞장서야 하는 이유다.”
▶어=“동의한다. 사회는 기업 지탱에 필요한 인력의 공급처이자 재화·서비스의 소비처다. 기업이 지속가능하려면 사회가 건강히 유지돼야 한다. 그렇다면 기업시민을 가로막는 건 뭘까.”
▶과델리=“가장 중요한 것은 오너와 경영진의 철학이 바뀌어야 한다. 지속가능성이란 측면에서 보면 환경과 인권 등 사회문제는 기업에 가장 큰 위협 요인이다. 기업의 존속을 위해 사회에 참여하는 것이지 시혜를 베푸는 게 아니다.”
▶어=“사회적 책임투자를 유도하거나 기업시민 보고서 작성 기업에 인센티브를 주는 등 제도적 요건도 필요해 보인다.”
▶과델리=“기업의 의사결정 구조가 주주 이익을 지키는 데만 쏠리다 보면 훌륭한 철학을 갖춘 최고경영자(CEO)라도 사회공헌 을 매출 증진을 위한 부수적 활동으로 여길 수밖에 없다. 이런 의사결정 구조가 바뀌도록 정부가 적절한 규제와 지원으로 기업의 외부 환경을 조성해 줄 필요가 있다.”
▶어=“소비자도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기업의 시민적 역할을 요구할 수 있도록 의식 수준이 높아져야 한다.”
▶과델리=“단순한 자선 활동과 기업시민 활동을 구분할 수 있어야 한다. 빌게이츠재단은 훌륭한 일을 하고 있지만 (재단이 마이크로소프트를 의식해) 기업이 번 돈을 사회에 돌려주는 자본 회전 성격이 있다. 기업시민 활동엔 철학이 담겨 있어야 한다.”
▶어=“그런 철학을 담을 수 있는 교육이 중요한 게 아닌가. 학생들은 학교에서 가르칠 수 있다. 기업은 어떻게 해야 하나.”
▶과델리=“정부의 제도적 노력과 더불어 언론과 같은 민간 영역에서 기업시민 활동을 이끌어주는 게 중요하다. 미국에선 언론이 매년 기업시민을 선정하는데 해를 거듭할수록 좋은 활동들이 많이 나온다.”
정리=윤석만 기자 sam@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