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방된 구속자 59%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구속 피의자의 절반이 넘는 59%가 불필요하게 구속된 것이었다는 법원당국의 통계는 우리 수사기관의 행태를 다시금 엿볼수 있게한다. 『모든 피고인은 확정판결 전까지는 무죄』라는 무죄추정 원칙에도 불구하고 국가공권력에 인신구속권이 부여된것은 현행범이나 범인의 도주 또는 증거인멸 방지등 수사편의를 위한것이다.
따라서 피의자 수사는 불구속수사가 원칙이며 수사기술상 불가피한경우에만 구속수사가 가능한 것이다.
현행법상 엄격히 제한하고 있고 예외적으로 인정된 인신구속권을 수사기관이 남발하고 있는 인상은 국가공권력을 위임받은 공무원의 책무를 다시한번 생각하게 한다.
기본적으로 국가공권력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의해 부여된 권한이다. 때문에 이 권한은 무절제하게 행사되어서도 안되고 남용되어서는 더구나 안될 일이다.
구속수사가 많은데는 인권경시외에도 몇가지 이유가 있다.
수사기관의 수사능력이 부족해 증거수집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구속해 버리는 일이 많다. 무죄율이 75년에 0.34%이던것이 83년에0.56%로 높아진것으로 보아도 뒷받침된다.
한때 유행했던 육감수사나 감정수사도 도외시될수 없다.
또 수사기관 책임자의 전횡이 빚는 구속남발도 적지 않다.
청소년범죄가 사회에 물의의 대상이 될때 『구속수사를 원칙으로 하라』는 명령을 내리는것도 그 한 예에 불과하다.
물론 「구속수사」가 범죄인에게 위혁(하)적 효과를 거두어 범죄의 횡행을 막는 수단으로 이용될수는 있다. 그러나「구속수사」하명도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다.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의 이익으로』라는 법언대로 앞으로 억울한 피의자의 다발현상을 막기 위해서는 수사요원의 교육과 제도적 보완이 뒤따라야한다.
선진 몇몇 나라에서는 판·검사들을 임용하기전에 일정기간 교도소에 수감한다는 얘기까지 있다.
구속이 얼마나 고통스러운가를 몸소 체험시키기 위해서다. 구속이 얼마나 쓰라리고 개인에게 씻을수 없는 상처와 갖가지 불이익을 안겨다 주는것인가는 긴 설명이 필요치 않다.
수사요원의 인권존중 사상을 위한 철저한 교육도 필요하고 몇나라를 제외한 세계각국이 실시하고 있는대로 판사가 구속영장 발부전에 피의자와 직접 대면하는 제도의 단계적 시행도 바람직하다.
또 부당한 구속을 막기 위한 구속적부심제도의 폭넓은 활용도 뒤따라야 한다. 그러나 이제도는 변호인들의 구속적부심 악용이 없어야한다는 전제가 요구된다.
이밖에 제도적 보완방법으로는 정실이나 이해관계에 얽혀 부당하게 구속하는 사례나 수사실수가 빚은 억울한 구속등은 해당 수사요원은 물론 그 책임자에게 까지도 문책이 있어야한다.
민간인까지 참여하는 별도의 기구를 신설해 무혐의로 둘러나는 피의자에게는 충분한 보상을 하고 그원인을 캐서 부당하게 구속을 집행한 수사관계자에 대해서는 응분의 문책도 따르는 제도적 보완도 마련돼야 할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