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의료생협으로 병원 만들어 요양급여 84억 꿀꺽

중앙일보

입력

허위 서류를 꾸며 의료생활협동조합을 만든 뒤 요양병원을 운영하며 수십억원을 챙긴 일당이 경찰에 적발됐다.

서울 양천경찰서는 의료법 위반 및 공갈 등의 혐의로 요양병원 대표이사 조모(60)씨 등 7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26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조씨 등은 2011년 4월 허위로 의료생활협동조합을 만든 뒤, 강서구에 요양병원을 개원해 약 2년 동안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요양급여 84억3800만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현행법상 의사가 아닌 경우 의료생활협동조합에서만 병원을 개설할 수 있다는 점을 노리고 협동조합 설립 단계부터 불법을 저질렀다고 경찰은 말했다.

서울의 한 장애인협회회장을 지낸 오모(53)씨는 자신이 가지고 있던 장애인협회 명단을 이용해 당사자 동의 없이 정족수를 채웠다. 조합원 300명 중 실제 조합원은 20여명에 불과했다. 이 과정에서 제대로 확인을 하지 않아 이미 사망한 사람의 이름까지 조합원으로 등록된 경우도 발생했다.

협동조합이 만들어지자 이들은 보건복지부의 허가를 받아 요양병원을 세우고 2년간 병원을 운영하며 요양 급여 명목으로 84억 3800만원을 빼돌렸다. 이후 병원 재정이 악화되자 “경영이 어렵다”며 병원을 폐업시켰다.

경찰조사결과 이들은 또 식품업체 신모(57)씨로부터 1억6000만원 상당의 식자재를 납품받은 뒤 대금을 지불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과정에서 관리이사 김모(54)씨는 “가족을 가만두지 않겠다”며 신씨를 협박하기도 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양천경찰서 임병숙 형사과장은 “국가 복지예산의 상당 부분이 불법으로 운영되는 병원에 급여비로 지급되고 있다”며 “지속적인 단속을 통해 복지 재정의 누수를 막겠다"고 말했다.

김민관 기자 kim.minkwa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