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술 취해 잠든 상태서 페달밟아 사고 냈으면 음주운전 아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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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에 취해 차 안에서 잠을 자다 실수로 페달을 밟아 사고를 냈다면 음주운전으로 볼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김용덕 대법관)는 음주운전 혐의(도로교통법 위반)로 기소된 김모(42)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4일 밝혔다.

김씨는 2013년 6월 부산의 한 공원 앞 도로에서 술에 취한 상태로 자신의 승용차를 3m가량 후진해 주차된 차량을 들이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김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취소에 해당하는 0.151%였다. 김씨는 공판에서 "술에 취해 잠이 든 사이 자신도 모르게 차량이 움직였다"고 주장했다.

1, 2심 재판부는 "도로교통법상 운전은 고의의 행위만을 의미하고 사람의 의지의 관여 없이 자동차가 움직인 경우에는 운전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김씨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김씨가 시동이 걸린 차 안에서 잠든 사이 실수로 가속 페달 등을 건드려 차량이 움직인 것으로 봤다.

CCTV 분석 결과 김씨가 자신의 차량에 승차하고 한참이 지난 후 갑자기 후진을 했고 사고가 난 이후에도 오랜 시간 차에서 내리지 않은 것도 무죄 판단의 근거가 됐다.

대법원 재판부도 "김씨의 음주운전 혐의가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되지 않았다고 판단한 원심은 정당하다"고 판시했다.

김백기 기자 ke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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