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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부터 발끝까지 싹 바꾼 ‘600만 불의 사나이’ 실현 눈앞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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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8호 03면

1 인공심장은 인공췌장, 인공신장과 함께 인공장기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2 3D 프린트로 제작한 인공귀. 3 인공팔로 안경을 쥐고 있는 모습.

JTBC의 전신인 TBC에서 1976년 7월부터 78년 8월까지 방송된 미국 인기 TV시리즈물 ‘600만 불의 사나이’가 할리우드 스타 마크 월버그 주연으로 영화로 리메이크된다고 엔터테인먼트 매체 무비파일럿이 최근 보도했다. 사고를 당한 미군 대령 스티브 오스틴(리 메이저스 분)에게 당시로는 거금인 600만 달러를 들여 최첨단 생체공학 기술로 제작한 고성능 눈·팔·다리를 달아주고 특수공작에 투입한다는 내용이다. 당시 제이미 소머즈(린지 와그너 분)라는 여성이 강화된 귀·팔·다리로 특수공작에 나서는 내용의 자매작 ‘소머즈(The Bionic Woman)’도 나왔다.

인공장기 개발 어디까지

국내 장기이식 대기자 2만~3만 명
70년대 SF(사이언스 픽션)로 분류됐던 이 드라마는 이제 리얼리즘 드라마로 재분류해야 할 상황이 됐다. 인공장기의 발달 때문이다. 현재 실용화되고 있거나 실용화를 눈앞에 둔 장기를 보면 실감이 난다. 현재 뇌·눈·귀·치아·후두·유방·심장·심장판막·혈관·간·췌장·신장·방광·남성생식기·팔·다리·관절 등 실로 거의 대부분의 장기와 신체 부위가 여기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인공장기는 국내에서 대기자만 2만~3만 명에 이르는 장기이식 수요를 상당수 대체하거나 대기 도중 연명에 결정적인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앞으로 낡은 장기를 갈아끼우며 장수를 누리는 시대도 멀지 않았다는 전망이다.

시장조사기관인 임팩트에 따르면 관련 글로벌 제품 시장 규모는 2009년 521억 달러에서 2010년 560억 달러, 2011년 599억 달러로 성장하고 있으며 내년에는 897억 달러 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인공장기의 동향을 살펴본다.

 ◆인공심장=인공심장은 미국 애비오코르(AbioCor)가 최초 개발자다. 2001년 7월 2일 로버트 툴스라는 59세의 남자에게 이식됐다. 툴스는 인공심장을 달고 151일간 생존하며 방송 프로그램 등에 출연하기도 했지만 출혈과 합병증으로 사망했다. 기계적 순환보조장치(MCSS)로 분류되는 장비인데, 기능을 보강해 2006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정식 허가를 받았다.

 인공심장은 심장 전체를 대체하는 전체인공심장(TAH)과 심실 기능만 대신하는 심실보조장치(VAD)로 나뉜다. 심장 기능을 복구하거나 심장이식 때까지 일시적으로 생명을 유지하거나 심장을 아예 인공심장으로 대체하는 방식이 있어 활용도가 넓다.

중요한 것은 인공심장의 시장 규모가 엄청나다는 점이다. 미국에서만 600만 명이 심장혈관 질환을 앓고 있는데 이 중 200만 명 이상이 심장 기능에 문제가 있는 울혈성 심질환에 시달리고 있다. 매년 50만 명이 새로운 심장질환 환자로 진단받고 있다. 하지만 심장이식은 매년 3000건 미만에 불과하다. 심장이식을 기다리다 마땅한 기증자가 나타나지 않아 안타깝게 대기 도중 숨지는 사람도 매년 1000명에 육박하고 있다. 매년 45만 명이 심장박동 보조장치가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들에게 인공심장을 영구적으로, 또는 일시적으로 이식하면 생명 유지에 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한 명당 40만 달러에 이르는 장치와 수술 비용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되면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크다.

 ◆인공혈관=순환기 분야에서 인공혈관 개발도 활발하다. 미국의 카보플로(Carboflo), 이스타블로(Istaflo) 등이 다양한 굵기의 혈관을 내놓고 있다. 최근 미국 하버드대와 호주 시드니대 공동 연구팀은 3D 프린터로 모세혈관을 만들었다. 각종 장기의 세포에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하고 노폐물 배출 역할을 하는 혈관을 제대로 만드는 것은 거의 모든 바이오 인공장기 제작에 필수적이다.

국제시장조사업체 트랜스페어런시 마켓 리서치에 따르면 이 같은 의료 용도의 3D 프린팅 시장은 2012년 3억5450만 달러(약 3728억원) 규모에서 2019년에는 9억6550만 달러(약 1조155억원)로 성장할 전망이다.

 ◆인공췌장=심장만큼 환자가 많은 장기가 췌장이다. 췌장에서 인슐린이 제대로 분비되지 않아 생기는 당뇨 환자가 날로 늘고 있기 때문이다. 당뇨 환자를 위한 인공췌장은 아직 시장에 나와 있지 않다. 현재 미국·영국·프랑스 등에서 임상시험이 진행되고 있다. 인슐린을 분비하는 랑게르한스섬 세포가 들어 있는 조직을 생물공학적으로 배양하고, 여기에 신체 혈당을 인식하는 센서를 결합한 장치다. 이를 신체에 이식하면 스스로 혈당을 파악해 필요한 양만큼의 인슐린·아말린·글루카콘 등을 분비한다.

바이오로만 이뤄진 인공췌장 연구도 활발하다. 하버드대 의대는 2014년 줄기세포를 이용해 인슐린을 분비하는 췌장 베타세포를 다량으로 배양하는 데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영국에서는 임페리얼 칼리지 의대도 관련 연구를 진행 중이다.

인공췌장은 수요가 많기 때문에 관련 재단이나 기구 등에서 관련 연구 촉구 운동이 활발하다. 2006년 미국 청소년당뇨연구재단에서 처음 인공췌장 개발을 촉구하고 의회에 지원을 요청했다. 이에 따라 존슨&존슨이 애니머스(Animas)라는 이름의 인공췌장 개발에 나섰다.

2010년에는 유럽위원회가 가정에서 쓸 수 있는 인공췌장 개발 프로젝트인 ‘AP@home’을 지원하기 시작했다.

◆인공신장=기존에 있는 혈액투석기가 사실상 인공신장 기능을 해왔다. 혈액투석은 병원에 가서 몇 시간에 걸쳐 혈액 전체에서 불순물을 거르는 고통스러운 과정이 필요하다.

 이에 따라 기존에 있는 혈액투석기를 신체에 결합하거나 입을 수 있도록 소형화한 인공신장이 개발되면 수많은 혈액투석 환자들에게 희소속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아직 신장을 대체하는 인공기기는 없는 실정이다. 다만 미국의 BPT(Blood Purification Technologies Inc), 바이오멤스(BioMEMS), 신장나노기술연구소(RNL) 등 현재 입을 수 있는 인공신장의 임상시험 허가를 FDA에서 받아 진행하고 있다.

◆인공간=삼성서울병원 장기이식센터에서는 돼지 간세포를 이용한 바이오 인공간 치료를 시행 중이다. 무균돼지 간세포를 배양해 미세 캡슐 형태로 만든 뒤 이를 간세포 반응기에 담고 환자의 혈액을 체외로 뽑아 이곳에 통과시키는 시술이다. 이를 통해 환자의 혈액에 축적된 독성물질을 제거한다. 간부전 환자가 스스로 간 기능을 회복하거나 장기 이식을 받을 수 있을 때까지 인간의 간 기능을 대신하는 것이다.

◆인공뼈=두개골·얼굴뼈·척추 등 인공뼈도 이미 실용화하고 있다. 최근에는 3D(3차원) 입체 프린터 기술을 활용해 재료인 티타늄 입자를 분사한다. 플라스틱 재질인 PMMA(폴리메탈크릴산 메틸)를 녹여 수작업으로 뼈 모양을 성형하기도 한다. 중국 베이징대 정형외과 의료진은 외근 3D 프린터로 만든 티타늄 척추를 뼈암에 걸린 12세 소년에게 성공적으로 이식했다.

◆인공망막=색소성 망막염 환자의 병든 망막을 대체하는 인공망막은 이미 상품화하고 있다. 인공 실리콘 망막(ASR)이라는 상표로 직경 2㎜에 1000분의 1인치 정도의 얇은 실리콘 칩으로 이뤄져 있다. 전극을 자극하는 3500개의 미세광자극 세포를 포함하고 있어 망막의 기능을 대신할 수 있다.

◆인공달팽이관=청각 장애 환자의 기능을 회복시켜 주는 인공달팽이관도 이미 실용화돼 수술 비용 마련을 위한 자선단체의 활동이 활발하다.

◆인공방광=창자 조직으로 생체 방광을 만들기도 하고 다른 바이오 조직으로 개발을 시도하기도 한다. 1999년 인공방광이 개발돼 개에게 임상실험을 한 기록이 있다. 하버드대 의대의 한국 출신 제임스 유 교수 등이 인공방광 개발로 유명한데, 유 교수는 현재 웨이크 포레스트 의대로 옮겨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다.

◆인공사지=인공 고관절이나 무릎관절은 이미 흔할 정도로 이용되고 있다. 사지 중 팔은 개발 속도가 눈부시다. 관련 환자가 많고, 특히 미군이 상이용사를 위한 투자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기계적으로 무엇이든 쥘 수 있는 인공팔은 이미 개발돼 있다. 현재는 생각만으로 신경을 자극해 움직이는 인공팔 개발이 한창이다. 이미 몇몇 시제품을 이식한 사람이 미디어에 등장하기도 했다.

◆인공뇌=미국 MIT의 인공지능연구소에서 개발하고 있다. 이곳에서 개발한 키스메트(Kismet)라는 로봇은 인간과의 의미 있는 사회적 의사소통을 위해 개발됐다. 다양한 얼굴 표정을 할 수 있어 인간의 감정을 흉내내거나 나타낼 수 있다. 아이보(AIBO)라는 이름의 로봇은 외부 자극을 스스로 인지하고 판단해 반응할 수 있다. 인간과 대화하거나 상호작용하면서 다양한 감정 표현법을 스스로 익힐 수 있다.

인공뇌는 인공지능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인공장기 개발이 자칫 인간 흉내를 내는 로봇의 등장이라는 디스토피아로 이어질지 모른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이미 스티븐 호킹 박사나 빌 게이츠는 인공지능에 회의적인 견해를 내놓기도 했다.

채인택 논설위원 ciimcc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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