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40대 52% "난 부모님께 의존하는 캥거루족"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취업준비생 김은혜(25)씨는 부모님과 따로 지내고 있지만 주거비와 생활비 도움을 받는 일명 ‘캥거루족’이다. 자립하고 싶은 마음이야 굴뚝같지만 현실적으로는 엄두가 나지 않는다고 했다. 김씨는 “치솟는 물가와 부동산 시장의 뉴스를 접할 때마다 앞으로 결혼 후에도 부모님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 될까봐 두려울 때가 있다”고 말했다.

성인이 돼서도 부모에게 의존하는 캥거루족이 늘고 있다. 특히 30대 이상이나 결혼을 하고 난 뒤에도 경제적·인지적으로 캥거루족임을 ‘고백’하는 사람이 많았다.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성인남녀 3574명을 대상으로 ‘귀하는 캥거루족 입니까?’라고 설문한 결과 37.5%가 ‘그렇다’고 답했다. 대학 진학과 취업을 준비하는 20대 캥거루족 비율이 43.7%로 가장 높았다. 특히 상대적으로 연령이 높은 30대의 33.7%와 40대 이상의 18%가 캥거루족이라고 답해 눈길을 끌었다. 성별로는 여성(41.9%)이 남성(30.8%)보다 부모님께 많이 의지하고 있었다.

미혼자 중에는 42.1%가, 기혼자 중에서도 19.2%가 스스로를 캥거루족이라 답했는데 30대 기혼자 중에는 20.4%가 캥거루족이라 답해 ‘결혼=자립’이라는 공식이 깨졌음을 나타냈다.

응답자 10명 중 약 7명은 캥거루족을 가르는 기준으로 ‘경제적 독립 여부’를 꼽았다. 이어 부모가 자녀의 개인생활에 개입하고 결정하는 ‘인지적 독립 여부’(21.9%), ‘주거지의 독립 여부’(9.6%)순이었다. 따로 살더라도 부모님께 경제적 지원을 받으면 캥거루족이라는 것이다.

스스로 캥거루족이라고 답한 응답자들이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 역시 ‘경제적으로 독립하지 못했다’는 답변이 68.2%로 압도적으로 높았다.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 부모님의 도움을 받아야 마음이 편하다’는 답은 15.8%, ‘경제적으로나 인지적으로 모두 독립하지 못했다’는 답변도 14.5%나 됐다.

그렇다면 자립하지 못하는 이유는 뭘까. 복수응답을 허용하고 조사한 결과 ‘집값 부담을 감당할 수 없기 때문’(69.1%)이라는 답변과 ‘생활비가 부담스럽기 때문’(64.7%)이라는 답변이 양대 애로점으로 꼽혔다. 이 밖에 ▶자립할 용기가 없다(20.8%) ▶부모님과 사는 것이 행복하고 편하다(20.8%) ▶독립할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14.8%) 순으로 답변 빈도가 높았다.

캥거루족임을 자인하면서도 절반이 넘는 53.9%가 ‘캥거루족이 무능력해 보인다’며 부정적인 의견을 나타냈다. 복수응답으로 나온 답들을 살펴보면 ▶목표의식이 없어 보인다(39.6%) ▶책임감이 없어 보인다(39.9%) ▶안쓰럽다(30.2%) 등이 나왔다. ‘인지적으로 독립하지 못한 캥거루족이 어떻게 보이는가’에 대해서도 ‘미성숙해보인다’는 의견이 65.4%로 가장 높았다. 역시 ▶불안정해 보인다(45%) ▶무능력해 보인다(43.7%) ▶안쓰럽다(25.6%)는 부정적인 답들이 눈에 띄었다.

한편 ‘언제까지 부모님과 함께 사는 것이 적당하다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는 ‘결혼할 때까지’ 함께 사는 것이 적당하다는 답변이 43.2%로 가장 높았고 ‘취업할 때까지’(22.3%) ‘대학 졸업할 때까지’(11.1%) ‘고등학교 졸업할 때까지’(10.7%) 순이었다.

이소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