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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대18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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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오늘의 미국 젊은이들이 보여주는「보수화」경향은 우리의 상상 이상이다. 그 비율은 63대18로 압도적이다. 「레이건」이냐, 「먼데일」이냐의 질문에 미국의 젊은이들(18∼24세)이 나타낸 반응이다. 무려 45%의 차이로「레이건」을 지지했다. 바로 이번주 미주간 타임지가 소개한「양켈로비치」여론조사였다.
1960년대 캘리포니아 주지사 시절의 「레이건」은 젊은이들 사이엔 화제도 되지 않았다.
베트남 전쟁으로 미국이 한창 떠들썩할 무렵「레이건」이 대학캠퍼스에 나타나면 데모대의 목소리는 오히려 더 커졌었다. 그는 환호 아닌 냉소의 대상이었다. 기성세대에 대한 불신의 눈초리가「레이건」한몸에 쏠리는 것 같았다.
똑같은 인물에 대한 똑같은 세대의 반응이 그렇게 다를수 있을까. 물론 60년대의 젊은이와 80년대의 젊은이가 같지는 않다. 그러나「레이건」은 그동안 더 노인이 되었고, 더 많은 책임을 짊어진 지도자의 위치에 있다.
미국 대통령선거 중반전에 접어든 지금「레이건」 오히려 대학캠퍼스를 선전무대로 삼고 있다. 거기엔 미국 역사상 보기 드문 젊은이들의 환호가 있기 때문이다.
「레이건」의 이와같은 인기는 몇가지로 분석되고 있다.
첫째는 경제국면의 개선. 타임지는 그것을『「파이드 파이퍼」(Pied Piper) 식 호소』라고 표현하고 있다. 피리를 불어 젊은이들을 꾀어냈다는 뜻이다.
아무튼 젊은이들에게 일자리를 마련해 줄수 있을만큼 경제를 호황의 국면으로 바꿔 놓은 것은 「레이건노믹스」의 성과였다.
둘째는 권위의 회복. 오늘 미국의 젊은이들은 카리브해에 떠있는 비록 좁쌀만한 섬인 그레나다에서 소련세를 꺾은 미군의 상률작전이 성공한것에 만족하고 있다. 어떤 대학생은『「레이건」은 싫어하지만 그의 강한 퍼스낼리티는 존경한다』는 역설을 서슴지 않았다.
셋째는 온후한 성품. 「레이건」은 결코 국민을 불안하게 만들지 않는다. 그는 끊임 없이 국민에게 희망과 꿈을 준다. 그 자신이 낙천가이기도 하다.
미국의 젊은이들은 1930년대이래 전통적으로 민주당을 지지해 왔다. 공화당보다는 민주당쪽이 진취적인 무드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선거 분위기는 그런 전통에 이변이 일어난 셈이다.
정작 우리의 흥미는「레이건 열기」의 배경이다. 미국은 지금「정체(아이덴티티) 확인」의 시대를 맞고 있는 것 같다. 대국의 지위를 찾고, 지키기 위해서라면 무슨 일이라도 하려는 것이 미국인들의 심리상태 같다. 「레이건」은 그런 시대의 상징적 인물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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