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라덴, 죽기 직전 『강대국의 흥망』 『오바마의 전쟁』 읽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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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1 테러를 주도한 알카에다의 수장 오사마 빈 라덴(사진)의 책꽂이엔 강대국의 흥망과 미국의 대외정책을 분석한 서적들이 가득했다. 미국 국가정보국(ODNI)은 2011년 5월 파키스탄의 은신처에서 빈 라덴을 사살하는 과정에서 입수한 각종 서적과 문건·편지 등 400여 건을 분석해 20일(현지시간) 공개했다.

 39권의 영어 서적 중에는 폴 케네디 예일대 석좌교수가 지은 『강대국의 흥망』이 있었다. 1500년 이후 경제력과 군사력 변화에 따라 나타났다 없어지기를 반복한 강대국들의 흥망성쇠를 다룬 책이다. 미 중앙정보국(CIA) 테러분석가였던 마이클 슈어가 미국의 지나친 국제 분쟁 개입을 비판한 『제국의 오만』과 워터게이트 특종 기자 밥 우드워드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아프가니스탄 철군 전략을 기술한 『오바마의 전쟁』도 서가에 꽂혀 있었다. 세계적인 석학 노엄 촘스키 MIT 명예교수가 미 정부의 여론 조작에 대해 쓴 『필요한 환상』과 미 패권 전략에 대해 쓴 『패권인가 생존인가』도 눈에 띈다. 14세기 이후 벌어진 전쟁에 관한 정보들이 담긴 옥스퍼드대 출판사의 『현대전』과 미 의회가 주도한 9·11 조사위원회의 보고서도 있었다.

 그가 보유한 영어 서적의 절반 정도가 음모이론과 관련돼 빈 라덴이 음모론에 사로잡혀 있었음을 보여준다고 미 의회전문지 더힐은 전했다.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9·11 테러를 공모했을 수 있다는 주장을 담은

『새로운 진주만, 부시 행정부와 9·11에 관한 혼란스러운 질문들』이 대표적이다. 비밀 결사 조직 프리메이슨에 관한 『일루미나티의 혈통』, 미 금융정책의 음모를 담은 『연방준비위원회의 비밀』도 포함됐다. 심지어 총싸움 게임인 ‘델타포스 익스트림 2’의 안내 서적도 있었다.

서유진 기자 suh.yo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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