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아줌마] 앙드레 김을 위한 변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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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한국을 대표하는 디자이너 앙드레 김의 친숙한(?) 말투다. 얼마 전 그를 인터뷰할 기회가 있었다. 너무나 잘 알려진 인물이기에 오히려 부담이 되었던 것이 사실이다. 웬만한 연예인보다 주목받는 앙드레 김, 그에 관한 글은 쓰기만 하면 읽힐 정도로 주목받지 않는가?

앙드레 김이 매스컴에 노출될 때마다 인터넷은 시끄럽다. 그의 패션 세계에 대한 네티즌의 지적은 한마디로 '스타일 변화가 없어 지겹다'는 것이다.

화려한 금박 드레스와 물방울 다이아몬드를 닮은 머리 장식으로 이름난 그의 패션쇼는 항상 유명 연예인의 웨딩 드레스가 피날레다. 또 쇼의 클라이맥스에선 일곱 겹의 의상을 겹쳐 입은 모델이 계속 빙빙 돌며 한 겹씩 옷을 벗는 경우가 많다. 앙드레 김의 쇼 진행을 전담하고 있는 모델센터 관계자는 "일곱 겹 의상을 위해 음악까지 따로 만들어 틀고 있다"고 말한다. 개인적으로 일곱 겹 의상을 벗어내는 장면을 볼 때면 어지럽지만 경이로울 정도다.

앙드레 김의 의상은 쇼를 할 때마다 조금씩 변하지만 언뜻 보면 비슷비슷해 보이기는 하다. 그렇다고 그것이 비난의 대상까지 될 정도일까.

해외 명품의 대명사로 세계 패션계를 지배하고 있는 샤넬이나 루이뷔통, 구치 등을 보자. 그들의 브랜드는 하나같이 자신만의 독창성을 유지하기로 유명하다. 큼지막한 로고가 박힌 핸드백 등은 수십 년이 지나도 작은 변화만이 눈에 띌 뿐이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그 제품을 갖고 싶어 안달이다.

그렇다면 역시 수십 년째 자신만의 스타일을 고집하고 있는 앙드레 김에겐 왜 지루하다는 불평을 쏟아내는가. 이중적 잣대가 느껴진다.

그는 앞서 말한 브랜드들처럼 기성복을 만들지 않는다.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있는 의상실 한군데서만 맞춤복을 생산하고 있을 뿐이다. 그의 이름을 딴 다른 사업들은 모두 라이선스 사업이다. 그만큼 돈보다는 옷을 좋아하는 인물이란 얘기다.

인터뷰 도중 소매 사이로 그의 손을 보았다. '검버섯'이 가득했다. 1935년생이니 그의 나이 올해로 71세. 남들 같으면 소일하면서 여생을 보낼 나이에 그는 일요일도 오후에는 나와 그 손으로 일을 한다. 일하는 손은 아름답다. 그래서 그의 옷에 대한 평가는 '지루함'보다는 '아름다운 고집'이란 말이 더 어울린다.

조도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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