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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 새해 벽두 문 여는 뮤지컬 빅4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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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연초부터 대형 뮤지컬들이 줄줄이 개막한다. 13일 '프로듀서스'와 '렌트'를 출발점으로 18일 '노트르담 드 파리', 25일 '지킬 앤 하이드'까지 이달에만 무려 네 작품이 시작한다. 대형 뮤지컬이 같은 달에 이렇게 많이 개막한 경우는 일찍이 없다. LG아트센터에서 장기 공연중인 '아이다'까지 합치면 지금 대한민국 공연장은 그야말로 '뮤지컬 천지'다. 그래서 준비해 봤다. 새로 시작하는 네 작품의 관전 포인트. 어떤 부분에 초점을 맞추면 더 흥미롭게 감상할 수 있을지 정리했다. 각 작품이 지닌 '인위적인' 약점도 짚어 보았다.

*도움말 주신 분=박병성(더 뮤지컬 편집장), 원종원(순천향대 신문방송과 교수)

최민우 기자

프로듀서스 (The Producers)

브로드웨이 뮤지컬 코미디
미국식 정서 … 공감 쉬울까

네 작품 중 유일하게 국내 초연이다. 세계 뮤지컬의 메카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의 최신 경향을 그대로 맛볼 수 있다는 점도 차별점이다.

사실 브로드웨이는 2000년대 들면서 다소 소강상태였다. 대작들은 매너리즘에 빠졌고, 디즈니의 가족 뮤지컬들은 흥행에선 좋은 점수를 얻었지만 새로운 흐름을 창출하는 데엔 한계가 있었다. 침체기에 돌파구를 연 게 뮤지컬 코미디란 장르였고, '프로듀서스'는 그 물꼬를 튼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우선 스토리가 흥미진진하다. 돈을 벌기 위해 일부러 공연을 망가뜨려야 하는 공연 프로듀서들의 얘기다. 기발하고 웃음이 끊이지 않는다. 히틀러를 동성애자로 묘사하기도 한다. 최근 바짝 주가를 높이고 있는 김다현의 소심한 연기도 눈여겨볼 부분이다.

●약점▶가까운 사람이 아프거나 죽으면 누구나 슬프다. 눈물은 보편적인 정서다. 그러나 웃음이란 문화를 이해하지 못하면, 맥락을 모르면 가슴을 열지 못한다. '프로듀서스'는 철저히 미국인의 정서에 규합하는 코미디물이다. 한국인이 얼마큼 공감할지는 미지수다. 그 미묘한 간극을 얼마나 맛깔스럽게 메울 수 있을지 주목된다.

●13일 ~ 2월 14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토니상 12개 부문 수상
 (역대 최다)
●제작비 60억원
●3만 ~ 12만원
●02-501-7888

렌트 (Rent)

가난·죽음 보듬는 록 선율
2000석 … 너무 큰 것 아닐까

2000년 신시뮤지컬컴퍼니가 우리 배우들로 무대에 올린 '렌트'는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다. 이듬해 '오페라의 유령'으로 연결되며 현재와 같은 '뮤지컬 빅뱅'의 서곡을 알려주었다. 그만큼 렌트는 우리에게 친숙하고 낯익다. 게다가 브로드웨이 오리지널팀이라니. 더욱 매혹적이지 않은가.

렌트는 오페라 '라보엠'의 현대판이다. 라보엠에서 주인공이 폐결핵으로 고통받는다면 렌트에선 에이즈로 죽음에 다가간다. 배경은 뉴욕이며 록음악이 전면에 깔린다. 무대와 세트는 단순하다. 1995년 오프 브로드웨이의 실험적인 작품이었던 '렌트'는 가난하지만 진정성을 담고 있었다. 덕분에 브로드웨이로 진출하며 기존의 화려한 뮤지컬을 뛰어넘을 수 있었다. 앞날이 불투명한 한국의 젊은이들이 더욱 공감할 수밖에 없다.

●약점▶렌트는 가난한 뮤지컬이다. 작은 무대에 적합하다. 밀착성이 있어야 본래의 생동감을 느낄 수 있다. 그러나 이번 한국 공연의 극장은 너무 크다. 올림픽홀은 2000석도 넘는다. 짧은 기간 많은 수익을 올려야 하는 국내 제작사의 여건을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지만 과연 '체육관' 렌트가 원형의 감동을 제대로 전달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13 ~ 26일
●올림픽공원 내 올림픽홀
●브로드웨이 오리지널팀의
 첫 내한 공연
●제작비 12억원
●4만4000 ~ 9만9000원
●02-542-7290

노트르담 드 파리 (Notre Dame de Paris)

전문가들이 꼽은 작품
최고 20만원 … 그림의 떡 ?

지난해 '뮤지컬 전문가 10인이 뽑은 최고의 작품'에 선정됐다(본지 12월 23일자 26면). 이미 검증된 작품이란 뜻이다. 그동안 미국 브로드웨이나 영국 웨스트엔드에 익숙했던 관객들에게 충격적으로 다가온 게 '노트르담 드 파리'다.

대사가 없다. 모든 게 노래로만 전달된다. 그래도 스토리를 이해하는 데 전혀 무리가 없다. 노래를 부르는 사람과 춤을 추는 출연진이 구분되는 것도 색다르다. 무대는 화려하기보다 간결하다. 미니멀리즘도 느껴진다. 그 빈 공간에서 어떤 여운을 느끼게 된다. 사색과 미학을 중시하는 유럽 예술 경향이 배어 나온다고 할까. 무엇보다 압권은 호소력 짙은 가창력이다. 54곡의 웅장하고 절절한 선율은 가슴을 친다. 눈을 감아도 뮤지컬의 감동을 느낄 수 있다는 건 드문 경험이다.

●약점▶비싸다. 아무리 걸작이라도 4인 가족이 보기 위해 80만원(VIP티켓)이 드는 건 좀 지나치다. '노트르담 드 파리'는 지난해 국내 뮤지컬 티켓 값의 동반 상승을 주도한 주범으로 꼽혔다. 대중예술이 아닌 명품 마케팅을 고수하다 보통 사람들이 뮤지컬을 외면하게 만드는 건 아닌지 우려된다. 라이브 연주가 아닌 녹음된 음악(MR)으로 충분한 감동을 선사할지도 궁금하다.

●18일 ~ 2월 26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신개념 프랑스 뮤지컬
●제작비 72억원
●5만 ~ 20만원
●02-516-1598

지킬 앤 하이드 (Jekyll & Hyde)

스타 조승우 낳은 뮤지컬
'오빠부대' 얌전히 있어줄까

조승우의, 조승우에 의한, 조승우를 위한 작품이다. 2004년 그는 '지킬 앤 하이드'로 뮤지컬을 통해서도 전국적인 스타가 탄생할 수 있음을 분명히 각인시켜 주었다. 이미 그가 출연하는 날의 티켓은 동났다. 몇 배 비싼 암표가 거래된다는 소문도 무성하다.

꼭 조승우가 아니라도 좋다. 류정한이 공연하는 지킬 앤 하이드도 나쁘지 않다. 스토리가 워낙 탄탄하기 때문이다. 인간 본성의 이중성을 선과 악의 대립, 갈등 과정으로 몰아간다. 아름다운 로맨스에 스릴러적인 요소도 가미된다. 주인공의 순간 뒤바뀌는 연기 변신은 차갑지만 관객들을 빠져들게 한다. 게다가 이번엔 예술의전당 공연이다. 20인조 오케스트라에 의상과 무대도 한층 업그레이드했다. 2004년과는 격이 다르다.

●약점▶관객들이 조승우를 그냥 보고만 있을까? '오빠'란 비명 소리가 나오지 않더라도 꽤 시끄러울 것은 틀림없다. 이 역동적인 드라마를 충분히 음미하고자 하는 관객에겐 관람의 질을 떨어뜨리는 소음이 될 것이다. 군무에선 클래식한 음악이, 솔로 곡은 대중음악이 나와 뒤죽박죽 섞인 듯한 음악 라인도 아쉬운 대목이다.

●25일 ~ 2월 4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스타(조승우) 시스템 뮤지컬
●제작비 66억원
●3만 ~ 12만원
●02-556-8556

최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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