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국 기념일 답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올해를 단기로 몇년이냐고 물으면 선뜻 4317년이라고 대답하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지난62년 연대표기를 서기로 통일한 뒤에도 우리는 해마다 개천절기념식을 가져왔으나 우리의 시조 단군이 나라를 세워 우리민족국가의 기원을 마련했다는 커다란 의의는 퇴색되고 단순한 공휴일이란 인식으로 그쳐왔다.
이렇게 초라하기만 하던 개천절기념행사가 올해부터는 정부가 우리민족의 기원을 받드는 온국민적 명절로 격상시켜 대규모 행사를 갖기로한 것은 참으로 다행한 일이다.
그동안 우리는 석가탄신이나 크리스머스에는 지나칠 정도로 들뜬 축제분위기를 조성하면서도 우리의 시조가 나라를 세운 그 중요한 뜻과 유래에 대해서는 오히려 외면하고 회의해 온것이 사실이다.
단군의 건국설화가 단순한 신화에 불과하며 역사적 사실을 입증하는 사료가 없다하여 이를 허무맹랑한 얘깃거리로 돌려버리는 자세는 옳지 않다. 세계 어느 민족의 건국신화이건 역사적 사실을 근거로 하는 경우는 찾아볼 수 없지 않은가.
단군신화는 수천년을 이땅에서 살아온 우리민족의 민족적·문화적·역사적 구심점이었고, 어떤 시련에도 합심하여 극복할수 있었던 동족의식의 핵이었음을 부인할수 없다. 특히 단군신화가 몽고족의 침략이 잦았던 고려시대에 민족신화로 정착했고 그이후 민족이 시련을 겪을 때마다 높이 강조됐었다는 점과 일제가 이를 말살하려고 노력했다는 점만 보아도 그사상사적 평가에서도 큰비중을 두기에 충분하다.
더구나 조국이 남북으로 분단된 현시점에서야말로 갈라진 조국을 재통일시키고 흩어진 민족을 재결합시키는 정신적 지주와 근거로서의 단군신화와 홍익인간의 뜻은 선양되고 강조돼야할 필요성이 절실한 것이다.
또 가문을 존중하고 조상을 자랑하며 숭배하는 우리문화의 전통과도 부합되는 단군선조의 섬김은 단순한 신화나 샤머니즘적 차원을 벗어나 자랑스런 우리민족의 뿌리로서 확신의 바탕위에 다져져야하고, 어느 명절보다도 더 뜻깊게 국가적으로 경축돼야 마땅하다.
단군신화를 우리민족의 기원으로 더욱 확고히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좀더 철저한 학술적인 연구노력도 심화돼야 할것이다. 신화라는 개념을 단순한 가공의 얘기로 단정하는것은 잘못이다. 신화는 역사성의 근거 위에서 성립되는 것임을 사학자들도 부인하지 않는다. 따라서 단군에 대한 여러학설을 망라한 제사료들을 정리하고 이를 집중적으로 연구할 전문 연구기관을 설립할것을 주장한다.
또한 이러한 사료들을 한곳에 모아 국조 단군의 시대와 역사를 살피고 홍익인간 정신을 고양시킬수있는 기념관의 건립도 필요하다는 생각이다.이는 분단된 국토와 민족의 구심점을 확인하고 단일민족으로서의 통일의지를 일깨우는 정신적 도양의 역할도 수행할수 있으리라 믿는다.
개천절 의식도 형식적인 연례행사에서 과감히 탈피하여 우리민족의 뿌리에 대한 자부심과 긍지를 기르고 애국심과 국가의식, 단일민족의식을 일깨우는 개국기념일답게 마련하는데 주력해야 할 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