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년간 '서민의 꿈' 주택복권 4월 폐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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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하시고~쏘세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많은 서민의 가슴을 졸이게 했던 주택복권 추첨 중계방송의 단골 멘트다.

그러나 지난해 지상파 TV의 주택복권 추첨 중계방송이 사라진 데 이어 4월에는 주택복권 자체가 없어진다. 주택복권은 1969년 9월 15일 무주택 군.경 유가족과 파월장병의 내집마련을 지원하기 위해 만들어진 국내 최초의 정기 발행 복권이다. 그 전까진 산업박람회복권.무역박람회복권 등 행사 때 비정기적으로 발행된 복권뿐이었다.

제1회 주택복권의 1등 당첨금은 300만원. 당시 서울 도심 근처에 근사한 양옥을 살 수 있는 돈이었다.

주택복권 1등 당첨금은 서울 지역 중산층이 사는 주택 값을 기준으로 정해졌다. 집값 상승에 비례해 1등 당첨금은 78년 1000만원, 81년 3000만원, 83년 1억원, 2004년 5억원으로 올랐다. 로또복권만큼 '인생 역전'을 기대할 금액은 아니었지만 서민에겐 거금이었다.

1등 당첨금을 흥청망청 쓰다 오히려 패가망신한 사례도 있었다. 행상을 하던 50대 남자가 1억원의 당첨금을 받았으나 바람을 피우며 돈을 탕진하다가 이를 따지는 아내를 폭행해 구속되기도 했다.

주택복권은 올림픽복권에 밀려 발행이 중단되는 수모도 겪었다. 그러나 89년 발행이 재개되자 다시 인기를 끌어 2002년엔 연간 판매액이 1851억원에 달했다. 그러나 2002년 로또의 등장으로 판매가 급감하면서 지난해 발행액은 318억원에 그쳤다. 매출이 부진해지자 1등 당첨금도 지난해 1월 5억원에서 2억원으로 내려갔다.

정철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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