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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정국이 뜨겁다|불 뿜는 표밭 예비 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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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선거정국의 템포가 빨라지면서 표밭의 열기도 부쩍 높아지고 있다.
당원 단합대회니, 유권자와의 대화니 하는 이름의 정치행사가 잦아지고 주민들을 대하는 의원들의 허리가 더욱 깊숙이 꺾어진다.
특히 최근에는 민정당의 조기공천내정과 그에 따른 개편대회·민한당 간부들의 대규모 단 합대회가 잇달아 열려 마치 선거전야의 분위기를 빚고있다.
그런가하면 여당은 기왕에 다져놓은 공 조직 외에 농·수·축협, 조기 축구회, 번영회, 4H클럽, 각종 계모임 등 자생단체에 조직확대의 손을 뻗치고 있고 야당도 의원들 나름으로 조직망 구축에 열을 올리기 시작했다.
일부 지역에서는 벌써부터 여야간에 조직의 마찰현상이 일고 있는가 하면 여당의「조직」 과 야당의「바람」이 맞부딪쳐 소리를 내고 있는 곳도 눈에 띈다.
선거를 앞둔 여야의 대결분위기는 우선 당원 단합대회에서부터 그 열기가 높아지고 있다.
원래 기간당원들의 사기앙양을 위한「잔치」이던 단합대회가 선거 철이 다가오면서 차츰 시국강연회, 또 선거 유세장으로 변모하는 모습이다.
어느 단합대회 건 「총선 필승」「○○위원장을 12대에 1등 당선시키자」는 플래카드와 현수막이 나붙고 보고·인사·축사 등의 이름으로 정치열변이 터져 나온다. 민한당의 박관용 의원 같은 이는 아예 단합대회 대신 극장을 빌어 시국강연회를 열기도 한다.
최근 진행되고있는 민한당 소속의원들의 단합대회는 유치송 총재 이하소속의원들이 대거 참석해 야당 「바람」에 불을 지피고 있다.
유 총재 스스로 거론을 삼가 오던 대통령직선제 개헌을 들고 나오는가 하면 저마다 제5공화국 수립이후의 △장영자 사건 △의령 및 동두천사건 △영동·명성사건 △정내혁씨 사건 등을 모조리 들춰내 5공화국정부의 도덕성을 돌아 세워 민정당의 신경을 건드리고있다.
민정당은 이에 대해 『야당이 구태적 수법으로 집권당을 헐뜯기만 한다』고 불쾌한 표정이고 김용태 대변인은 『부도덕 운운한 인사는 우선 자신을 먼저 돌아보아야 할 것』이라는 가시 돋친 응수를 공식반응으로 내놓았다.
단합대회 규모도 올해는 현저하게 매머드화 추세.
5백∼6백명 선이던 참가인원이 1천명 이상으로 불었고 제공되는 음식과 기념품도 호사스러워졌다. 민정당 모 당직자는 작년까지는 보신탕을 단골메뉴로 냈으나 올해는 밤·대추까지 넣은 삼계탕 2천 그릇을 준비하느라 부녀당원 들이. 이틀 밤을 꼬박 새웠다.
한 야당의원은 도시락 7백개를 준비했다가 배가 넘는 인파가 몰리는 바람에 「3천원 짜리 봉투」를 식권 대신 돌렸다.
단합대회가 끝나면 나눠주는 수건·라이터·열쇠고리·볼펜 등의 기념품이 고급스러워지거나 가방, 양산·만년필·시계 등 고가 품으로 바뀐 것도 올들어 눈에 띄는 변화다.
단합대회에서 조성된 정치장소는 민정당의 일부 공천교체지역 개편대회로 더욱 고조되고있다. 지난 17일의 충북 진천, 18일의 광주 서구 개편대회는 권익현 대표위원을 비롯한 40여명의 현역의원들이 대거 운집해 기세를 올렸다.
때 이른 선거과열을 경계해온 여당의 고위당직자들이 서슴없이 「총선 필승」과 「압도적 승리」를 강조해 때가 때임을 실감케 한다.
민정당 개편대회는 내달에도 이어질 전망이고 민한당도 이에 맞서 중앙당 차원의 조직강화특위구성을 서두르는가 하면 대부분의 야당의원들이 그 동안 방치해 놓았던 사조직의 가동에 나섰다.
지난 여름동안 펼쳐졌던 선량들의 표밭 가꾸기도 그야말로 묘안백출이다.
신순범 의원 (무소속·여수여천)은 올 여름의 귀향활동기간 중 매일 새벽3시에 일어나 출근부에 도장을 찍으러 온 시청청소원과 일일이 악수를 나눈 뒤 이들의 일과가 끝나기를 기다렸다가 아침해장국을 사준다.
라이벌인 김재호 의원(민정)은 대신 여객선터미널에 진을 치고 섬에서 나오고 들어가는 유권자들에게 악수공세.
조일제 의원 (국민·긍령-함안)은 부락민가에서 민박을 하면서 저녁마다 닭을 몇 마리 잡아 놓고 마을사람들과「대화」를 나눴다.
국민당의 신철균 사무총장(춘천)은 매일아침 집 근처 약수터로 출근, 조깅 유권자 및 조기축구회원을 접촉한 뒤 대중탕까지 가서 알몸 대화.
이규정 의원 (무·울산)도 공단근로자의 출·퇴근 시간에 맞춰 정문 앞에서 의정보고서를 돌리면서 근로자들에게 깊숙한 경례.
이원범 의원 (민한·영등포)은 보통보다 2배나 큰 문패를 새로 해 달았다.『억울한 사람은 모두 들어오시오』라는 뜻이라는 것이 본인의 설명.
심명보 의원 (민정·영월 평창)은 올 여름에 차가 못 들어가는 해발 1천2백m의 고지대 독립가옥을 모조리 돌았다.
김완태 의원 (국민·진천 음성) 은 자동차 뒤 트렁크에 소주 1상자, 음료수 1상자, 껌·비타민 등을 싣고 농민들이 모인 곳이면 무조건 내려「논두렁 좌담회」를 갖는다.
봉두완(민정·마포-용산)·정남(민정·강동)의원 등 수해지역 출신의원 들은 올 여름에 양수기·포크레인·청소·소독차를 사거나 빌어다 대느라 적지 않은 사재를 털었다.
민정당의 이종찬 총무와 이치섭 (강남) 임철정(관악) 이세기(성동) 정선호 의원 등은 유권자관리를 위한 컴퓨터와 팩시밀리까지 설치해 생일·제사·유권자 자제들의 입학까지 챙겼다.
조병봉(국민·양평)의원은 컴퓨터 대신 지역구의 유력 인사·친지·동창 등의 인적사항을 2만장의 카드에 수록했고 서청원 의원(민한·동작)은 유권자의 성향·분포도를 10권의 차트로 꾸몄다.
목요상(민한·대구동-배구)이치호(민정·대구 남-수성)김영준(민한·충주) 김길준(무·군산) 이원형(신사·함평)의원 등 육사출신들은 매일 일정 시간을 외래환자 보듯 지역구 민법률 상담에 할애.
귀향활동에 전력투구하다보면 같은 지역 여야의원간에 마찰을 빚는 일도 비일비재.
어떤 의원들은 지방행사 때 축사 순서·좌석배치문제로 다투는가 하면 서로 지역구 사업을 자기가 한 것이라고 얼굴을 붉혀가며 시비를 벌이는 일도 흔하다.
그런가 하면 충북 영동에서 같은 국민당의 이동진 의원에게 공천도전을 선언한 전국구의 이필우 의원 같은 사람은 농협에 20억 원을 예치해 놓고 자신이 지명하는 사람에게만 대출을 해주도록「선별금융」공세를 펴 빈축과 칭찬이 오락가락. <유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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