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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의 자비심으로 통일의 여정 나서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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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통일과 세계평화 기원대회’와 ‘세계 간화선 무차대회’에 참석하기 위해 16일 토요일 저녁 서울 광화문 광장에 모인 불자들 모습. [사진 대한불교 조계종]

“너희들은 서로 화목하고 다툼이 없으며, 물과 우유처럼 서로 어울리고, 서로 사랑하고 서로 돌보며 사느냐?”

부처님의 이 질문 앞에서 한반도의 불자들은 자성과 참회의 마음을 감출 수 없습니다. 남과 북은 한 핏줄을 타고나 한반도에서 같은 정신과 문화를 공유해 왔습니다. 부처님의 말씀대로 마땅히 물과 우유처럼 서로 어울리고 사랑하고 돌봐야 할 한 민족입니다. 그러나 우리 민족은 1945년 해방 이후 통일된 정부를 수립하지 못하고 남과 북으로 갈리어 이념과 체제를 달리한 채 서로를 반목하며 살아왔습니다.

어느덧 70년이 흘렀습니다. 분단은 남과 북의 체제 경쟁으로 이어지고 있고 그 비용 또한 막대합니다. 날이 갈수록 분단의 고통은 커지고 이질화는 깊어지고 있습니다. 국가와 민족의 장벽도 허물어지고 있는 지구촌 시대에 이 같은 소모적인 분단체제를 계속하는 것은 시대착오입니다.

분단은 민족의 발전과 번영을 가로막는 근본적인 장애물입니다. 또한 우리의 일상적 삶을 제약하는 멍에입니다. 이제 한국불교는 이러한 분단의 상태를 하루빨리 해소하기 위한 불교 통일선언을 천명하고자 합니다.

첫째, 부처님의 가르침에서 길을 찾겠습니다.

한국불교는 나라가 위기에 처할 때마다 분연히 일어나 파사현정(破邪顯正)의 기치를 높이 들고 중생의 평화와 안락을 위해 헌신해 왔습니다. 원효스님의 화쟁사상(和諍思想)은 사회통합의 사상적 기반을 제공하였습니다. 온 백성의 힘을 모아 팔만대장경을 조성한 원력은 외세침략을 극복하는 호국의 숭고함으로 승화되었습니다. 서산, 사명과 용성, 만해로 이어지는 구국의 보살행은 민족의 고통과 함께하고자 하는 자비정신의 발로였습니다. 이제 한반도의 불자들은 남북갈등 해소와 통일을 위한 논리와 지혜를 부처님 법에서 찾고자 합니다. 이것과 저것이 서로 의지하고 있다는 연기법은 이천오백년 동안 인류에게 서로 존중하고 상생하는 평화로운 삶의 방식을 가르쳐주었습니다. 남과 북은 서로 연결된 존재이며 서로를 비추는 거울입니다.

둘째, ‘공존’과 ‘상생’은 차이를 인정하는데서 출발합니다.

남북화해와 동질성의 회복은 남북한이 먼저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는 데서부터 출발해야 합니다.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지 않을 때 갈등은 심화되고 흡수통일·적화통일과 같은 배타적 논리가 힘을 얻는 법입니다. 수 천년을 같은 말과 같은 문화 속에서 살아왔다는 동질성을 인식하고 서로의 같음과 다름을 이해하고 인정해야 합니다. 남과 북의 영토가 하나 되는 물리적 통일에만 모든 힘을 쏟고 있습니다. 그러나 진정한 통일은 ‘땅의 통일’과 함께 ‘마음의 통일’을 이뤄내는 것입니다. 서로 화해하고 공존하기 위해서는 ‘나만 옳다’는 자기중심적 마음을 내려놓아야 합니다. 자신만의 견해와 고집을 내려놓고 상대방과 마음을 하나로 모을 때 비로소 화해와 공존은 가능해집니다. 그래야 상생해 나갈 수 있습니다.

셋째, ‘합심’은 마음의 본 바탕인 ‘일심’을 살펴 진실한 의지를 합쳐 나가는 것입니다.

통일은 마음의 본 바탕인 일심(一心)과 합심(合心)에서 그 해법을 찾을 수 있습니다. 이는 남북한 주민들의 서로 다른 마음을 하나의 마음으로 묶어내어 창조적 통일로 나아가는 새로운 인연으로 이어집니다. 합심의 마음문화는 남북갈등·남남갈등·계층갈등·지역갈등을 해소하고 불국정토의 통일국가를 만드는 바탕이 될 것입니다. 이제 불교도는 굳어져 버린 남북관계를 풀고 민족동질성 회복과 통일의 대업을 이룩하는데 앞장서겠습니다. 그동안의 남북불교의 교류협력은 경색국면으로 인해 지속적이고 효율적으로 이뤄지지 못했습니다. 한국불교는 대표 종교로서의 위상에 걸맞게 공존·상생·합심의 통일논리에 따라 민족동질성 회복사업, 인도적 지원사업, 북한 불교문화재 복원사업을 적극 실천해 나갈 것입니다. 한반도의 불자들이 평화와 공존의 분위기를 조성하고 통일의 초석을 놓으려 합니다. 한반도의 통일은 한민족의 통합과 평화를 넘어 동북아의 평화와 세계평화에 기여하게 될 것입니다.

이제 불교는 중생을 향한 자비심으로 장대한 통일의 여정에 나서고자 합니다. 지혜로운 이 길로 모두 함께 나아갑시다.

캄보디아에
생명의 우물 2169개
자비나눔정신 실천

월주 스님은 2003년 지구촌공생회를 창립했다. 제3세계에서 흙탕물을 마시고 사는 이들에게 생명의 우물을 파주고, 학교를 지어주는 활동을 펴고 있다. 캄보디아에만 무려 2169개의 우물을 팠다. 케냐에서는 1800명이 이용할 수 있는 대형우물을 17개나 팠다. 몽골에는 13개, 미얀마에서는 2000명까지 이용할 수 있는 초대형 물탱크를 15개나 지었다. 또 캄보디아·미얀마·케냐 등지에 지금껏 50개의 학교를 세웠다. 국제사회에서도 “지구촌공생회의 활동은 일회적이지 않고, 우물을 파고 학교를 지은 후에도 지속적으로 관리한다. 활동에 대한 신뢰도가 아주 높다”는 평판을 받고 있다.

-최근 네팔 지진 사태 때도 지구촌공생회 네팔 지부가 발빠르게 구호대 활동을 펼쳤다.

“인류가 한 식구라는 생각이다. 그게 지구촌공생회의 활동에 깔린 정신이다.”

-지구촌공생회의 활동이 호평 받는 이유는.

“학교를 하나 짓더라도 면밀히 따져보기 때문이다. 부모들의 교육열이 어느 정도인지, 당국에서 관심이 있는지, 인근 지역의 학생 수는 얼마인지, 지은 후에는 어떻게 관리할지 따져봐야 한다. 캄보디아의 금산사 초등학교는 처음에 전교생이 180명이었다. 지금은 460명이 됐다. 시골 오지에서도 학생들이 산 넘고 물 건너 찾아온다.”

-우물 파주기 사업을 ‘생명의 우물’이라고 부른다. 왜 그런가.

“사람들이 우기 때 내리는 빗물을 옹기에 받아놓았다가 1년간 마신다. 그것도 형편이 넉넉한 사람들 이야기다. 옹기가 없는 사람들은 웅덩이의 흙탕물을 마시고 산다. 그 사람들에게는 우물이 정말 ‘생명의 우물’이다.”

월주 스님은 두 가지를 강조했다. 하나는 마음공부를 통해 지혜를 찾는 일, 또 하나는 자비행이다.

“부처님의 메시지는 깨달음과 자비다. 그게 전도(傳道)이고 전법(傳法)이다. 결국 사람들에게 안락과 행복을 주는 일이다. 깨달음을 통해 안락을 주고, 자비행을 통해 행복을 준다. 그 바탕에는 인류가 한 식구, 세계가 한 떨기 꽃이라는 ‘세계일화(世界一花)’의 이치가 깔려 있다. 내가 거기에 동참할 때 나도 한 송이 꽃이 된다.”

배은나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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