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알았다"…계획된 사기극|권순천 타이틀전 매너저·흥행사들 자백|「토레스」 등 4명 구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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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프로복싱 IBF 플라이급 타이틀전 가짜도전자사건을 수사중인 서울동부경찰서는 15일 선수와 매니저·흥행사 등이 처음부터 계획적으로 선수를 바꿔치기했다는 자백을 받아냈다.
경찰은 이에따라 가짜선수로 밝혀진 「카라바요· 플로레스」(25·콜롬비아인)와 매니저「알만도·토레스」(41·페루인), 흥행사「에르네스토·갈랴르도」(58·멕시코인), 트레이너「아만시오·카스트로」(26·콜롬비아인)씨 등 4명을 모두 사기혐의로 구속했다.
경찰은 또 이들로부터 사기를 당했다고 고소장을 낸 코리아 프러모션 회장 전호연씨(67)가 사전공모했거나 사후에 가짜인것을 알고도 시합을 진행시켰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전씨를 연행, 조사중이다.
◇타이틀전 주선=흥행사「갈랴르도」씨는 지난6윌8일 매니저 「토레스」씨를 데리고 전씨가 운영하는 코리아프러모션 사무실에 찾아가 『「토레스」씨가 세계랭킹급선수들을 많이 확보하고 있다. 「알베르토·카스트로」선수와 대전을 주선해줄수 있다』고 전씨에게 소개해 「토레스」씨와 전씨가 도전자에게 1만5천달러의 대전료를 지불하는 조건으로 타이틀매치 계약을 맺었다는것.
◇가짜계약 추진=「토레스」씨는 그뒤 콜롬비아에 가 「알베르토·카스트로」선수를 만나 대전계약서를 제시하고 사인해줄것을 요구했으나 「카스트로」선수가 대전료가 너무 적고 이미 다른선수와 대전계약을 맺었다고해 「플로레스」선수를 가짜 「카스트로」선수로 만들기로 제의했다.
흥행사 「갈랴르도」씨는 매니저 「토레스」씨와 짜고 「알베르토·카스트로」선수의 사촌형인 「아만시오·카스트로」의 선수중에 「플로레스」선수의 사진을 바꿔 붙여 변조한뒤 지난9월1일 트레이너 「아만시오」와 「플로레스」선수를 대동, 한국에 왔다.
◇확인전보조작=「토레스」씨는 지난 6일 한국에 오기전 미국 LA에서 친구인 「가요」씨를 만나 『한국에 가짜선수를 데리고 가니 곧 파나마에 가서 「플로레스」의 링네임이 「알베르토·카스트로」라는 전문을 보내달라』고 부탁했다.
「가요」씨는 이에따라 5일 파나마에 가 한국권투위원희 양정규회장앞으로 「플로레스」선수의 링네임이 「카스트로」라고 알리는 엉터리 전문을「파나마 다비드복싱위원회」명의로 보냈으며 전호연씨가 사건후 파나마에 전문을 확인, 회신을 받았다고 한 것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선수경력증 위조=「토레스」씨는 또 「플로레스」가 15전13승2무3KO승이라는 선수경력증도 가짜로 만들어 한국권투위원회에 낸것으로 밝혀졌다.
◇전호연씨공모=경찰은 현재까지「토레스」씨 둥이 코리아프러모션 전호연회장과 범행을 공모했다는 부분은 부인했으나 사건이 터진후 전씨가 잠적해버린점으로 미루어 전씨가 최소한 가짜선수라는 사실을 알고는 있었을 것으로 심증을 굳히고 있다.
경찰은 전씨가 『사기를 당했다』는 내용의 고소장을 낸뒤 극동프러모션대표 김종수씨(38)와 함께 자취를 감추자 이들이 공모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조사하고 있다.
경찰은 특히 전씨가 사건이 폭로된뒤 보내지도 않은 확인전문을 파나마에 보냈다고 주장하는 등 사건의 진상을 흐린점에 더욱 의심을 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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