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템퍼러리 아트의 미래 보여주고 싶어”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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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7호 19면

‘미스 디올’ 전시는 파리·상하이에 이어 세 번째로 열린 세계 순회전이다. 횟수가 늘어나면서 참여 작가의 수도 한 명씩 늘고 있다. 즉, ‘해석의 여지’를 열어둘 수 있는 만큼 브랜드의 유산이 많다는 방증이다. 이와 관련 프레데릭 부르델리에 헤리티지 총괄 담당자를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그는 6월 서울 DDP에서 열리는 ‘에스쁘리 디올’ 전시도 준비 중이다. ‘에스쁘리 디올’은 디올의 패션과 화장품을 결합해 브랜드의 정신을 보여주는 행사다.

프레데릭 부르델리에 디올 헤리티지 총괄담당

브랜드가 예술전시를 하는 게 요즘은 흔해졌다. 상업적 마케팅으로 보일 수도 있는데. “그렇게 보일 수도 있지만 조금 다르다. 디오르가 유명한 패션 디자이너이자 조향사였다는 건 너무나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런데 디자이너가 되기 5년 전, 그러니까 1942년 그는 갤러리를 운영했고, 마크 샤갈의 드로잉을 발굴해 내기도 했다. 달리·피카소·팅겔리 같은 아티스트와 깊은 인연을 맺은 동시에 스스로가 예술가이기도 했다. 이 모든 걸 10년 전 우연히 알게 됐고, 전시는 위대한 디자이너의 근간에는 예술이 있었음을 재조명하려는 것이었다.”

사실을 알았더라도 전시품을 수집하고 보관하는 일이 쉽지 않을 것 같다. “매달 옥션에 참가하고 빈티지숍을 찾아다니며 규모를 늘려가는 수밖에 없다. 또 과거 그와 일했던 여든, 아흔 된 분들을 인터뷰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다. 그분들이 고이 간직해 온 오래된 사진 한 장에서 브랜드의 유산을 발견한다. 보관은 파리에 두 개의 관리 센터가 있다. 빈티지 드레스가 이렇게 한 번 전시에 나오면 직사광선에 노출되기 때문에 1년 이상은 특수 관리를 받아야 한다. 그래서 전시 때마다 아이템이 달라지는 네버엔딩 프로젝트다.”

유산은 과거의 산물이자 동시에 앞으로의 방향성을 지니고 있어야 의미가 있을 텐데. “유산은 마치 나무가 위로 쑥쑥 자라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깊고 단단한 뿌리다. 성장은 물론이고 그것의 방향성을 제시해 준다. 동시대 작가들과 이런 전시를 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아름다운 빈티지 드레스와 향수병을 볼 수 있지만 동시에 컨템포러리 아트의 미래와 영감을 보여주려는 것이 전시의 핵심이다.”

서울에서의 ‘에스쁘리 디올’ 행사에서 새롭게 선보이는 게 있나. “지금은 말씀드릴 수가 없다. 하지만 분명한 건 아름답고 놀라운 풍경이 펼쳐질 것이라는 거다. 여러 세대, 서로 다른 사람들을 위한 전시다. 영상과 컨템포러리 아트, 패션이 어우러진 한 편의 동화 같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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