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진신학」은 과격해도 세속적"|진보적 기독교 교단서도 수용에 반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진보적인 일부 기독교 교단에서조차 해방신학과 민중신학 등의 진보신학사상 수용문제가 교단차원의 공식문제로 제기되기 시작했다.
장로교 (통합) 강원노회는 최근 교단의 세계교회협의회(WCC) 탈퇴 건의안을 제69회 교단총회(21∼26일 서울 영락교회) 에 제출, 총회 공식안건으로 확정됐다.
한국개신교의 대표적 진보교단인 기독교장로회에서도 「극단적 신학사상」 수용과 특수선교일변도의 신학노선 시정 요망이 교단 일각에서 거듭 제기되고 있다.
진보신학 사조의 수용문제와 더불어 『신학은 교회에 봉사하는 학문이어야 하느냐 아니면 교회가 신학을 따라야하느냐』 의 신학과 목회 비교 우위론(?)까지 새삼 제기돼 더욱 주목을 모은다.
강원노회는 장로교의 WCC 탈퇴건의 이유로 좌경의 급진신학노선 등 5가지를 내세웠다.
이 같은 건의안이 곧바로 받아들여져 「탈퇴」 에 까지 이를 전망은 현재로서는 거의 없다.
그러나 하느님의 선교신학해방신학 등을 수용하면서 국제적으로 진보교회를 대표해온 WCC의 탈퇴문제가 교단총회에서까지 논의하게 된 것은 교계내외의 큰 관심을 모은다.
기장의 「교단을 염려하는 동역자」 모임은 지난 4월말과 6월말 두 차례의 회합을 갖고 교단의 신학재정립 촉구성명을 발표한데 이어 교단문제비판 세미나를 가졌다.
동역자 70명이 참석한 대전에서의 첫모임은 「우리의 주장」이라는 성명서를 통해▲성서중심의 복음적 신학정립▲극단적인 신학사상을 지닌 소수인 들의 전횡적인 교단운영 지양▲특수선교이론과 그 방식 일변도의 지양 등을 촉구했다.
성명이 지칭한 극단 신학사상은 해방신학 민중신학 등을 뜻하고, 「특수선교」 란 도시산업선교 인권선교 등을 의미한 것으로 풀이됐다.
서울 신사동 교회에서 가진 두 번째 모임은 평신도운동 농어촌선교 산업선교 등의 교단선교정책과 해방신학 민중신학의 수용을 보다 구체적으로 비판했다.
이 모임에서 『인권운동은 기장인들 이라면 누구나 관심을 갖고 하는 일인데 그 방법이 문제』라고 전제한 후 『인권운동 도시사업선교가 교단선교 정책보다는 과격한 신학사상에 의해 주도되고 있다』 고 비판했다.
또 『민중신학은 방법론이 지나치게 세속적』 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엄기현 목사는 『현장행동을 강조하다보니 교회는 아무 것도 아닌 것이 돼버렸다』 면서 『교회의「질」 만을 강조하는 그 「질」이 과연 어떤 것이냐』 고 반문했다.
그는 또 『신학은 교회에 봉사하는 학문인데 요즈음은 교회가 신학을 따라간다』 고 지적했다.
이 같은 신학과 교회간의 문제는 전국장로회 연합회 수련회(8욀7∼9일 수안보)에서도 제기됐다.
이 수련회 토의에서 『신학과 교회의 분리현상은 신학교수가 교회실정에 약한데서 생긴다』 고 지적하고 『이상적이며 추상주의 적인 신학교육으로 인한 교회현실과 신학의 격리현상을 막으라』 고 촉구했다.
수련회는 또 「교회의 사회참여」 에 대해서도 토의, 과격신학노선을 경계하는 입장을 보였다.
진보교단 자체에서의 급진 신학사상 문제체기는 우선 교단내의 「진보」-「보수」대립으로 볼 수 있다. 한국교회는 진보-보수의2개 노선으로 오래 전부터 갈라져 있었지만 진보 안에도 다시 보수-진보가 있다는 사실이 새롭게 공식 표출된 것이기도 하다.
다음으로 이 같은 일련의 움직임은 진보교단에서조차 급진신학의 수용이 일치하지 못하고 있으며 자칫 「분열」 의 위기로까지 몰고 갈 가능성조차 있다.
장로교가 WCC에 처음 가입한 것은 1954년-.
WCC가입이 문제돼 교단이「통합」 과 「합동」으로 갈라지자 장로교는 60년 교단통합을 위해 WCC를 탈퇴했다. 그후 교단통합이 실현되지 않자 69년 「통합」 측만이 재 가입 해 오늘에 이르고 있다.
예장(통합)은 지난해 총회에서도 WCC와 아시아교회협의회(CCA)신학노선의 도시산업선교문제가 공식 제기돼 교단차원의 산업선교 정비를 검토해왔다.
장로교와 기장은 교단 신학교인 장신대 한신대 등을 배경으로 한 한국 진보신학노선의 「기수」로 알려져 있다. 이둘 두 교단은 개신교 「진보」를 대표하는 한국기독교 교회협의회(KNCC)를 이끌어 온 주력교단이기도 하다.
또 장로교와 기장은 감리교와 함께 KNCC 가맹 6개 교단 중에서도 WCC에 가입한 교단들이다.
교단 자체 안으로까지 확산된 급진신학사상문제는 이제 이데올로기의 경직성을 벗어나 과감한 취사선택과 서로의 장점을 살리는데 인색치 말아야 할 것 같다.<이은윤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