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구분싸고 팽팽한 대립 | 정치-외교사 중심 서술방법 고집에 | 민중생활 담을 종합사적 분류 주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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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한국의 근대사와 현대사를 어떻게 쓸것인가 하는 문제를 놓고 학자간에 열띤 논쟁이 벌어졌다. 한동안 적막했던 학계에 던져진 이 활기찬 토론이 앞으로 어떤 논의를 불러 일으킬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 분야 전문학자인 강만길(고려대 한국사) 신용마(서울대 한국사회사)정창렬(한양대·한국사)교수가 벌인 논쟁(「신동아」9월호)을 쟁점별로 살펴보면-.
먼저 근대와 현대의 시대구분을 놓고 팽팽한 견해들로 맞섰다.
강교수는 오늘과 동시대란 의미로서의 현대사는 8·15이후로 보았다. 그러나 훗날 민족통일이 달성된 이후엔 개화기 식민지시기 분단시대가 모두 통일 민족국가 수립과정으로서의 하나의 시대로 파악돼야 하며 통일이후의 시대와 구분, 이를 「근대사」 로 봐야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국근대사의 역사적 과제는 바로 통일된 민족국가의 수렴이라고 보기 때문.
그러나 신교수는 개항부터 해방전까지를 근대로하고 현대사의 시발은 해방 이후로 잡아야하며 현대사의 과제를 바로 분단의 극복과 통일로 보자며 강교수외 견해에 반대했다. 통일된 민족국가수립의 과제라는 지표 때문에 세계사적인 시대구분을 도외시하고 구태여 해방 이후까지 「근대」 에 넣을 필요는 없지 않느냐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정교수는 개항이후 앞으로 통일이 이뤄지는 시기까지를 근대사로 파악하는 강교수의 시대설정에 찬성했다. 그는, 세계 다른 지역에선 근대가 끝나고 현대인데 同時代의 한국에선 통일이 될때까지가 근대라면 그만큼 후진된 역사가 아니냐는 신교수의 견해를 반박,통일이 단순히 휴전선을 없앤다는 물리적인 현상이 아니라 우리민족이 안고 있는 모든 문제의 해결을 뜻하며 이는 세계사 자체까지도 한걸음 발전시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후진사회의 역사적 단계가 아직 근대사라 하더라도 그속에서의 역사적 진전은 이른바 선진사회, 즉 세계자본주의체제 중심부의 현대사의 부정적 측면까지도 세척시킬수 있는 귀중한 내용을 갖게되며 한국의 근대사가 선진국의 현대사를 끌고 나갈 수도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근·현대사의 서술방법>
근대사나 현대사를 어떻게 서술할 것인가 하는 문제를 놓고 분류사적 방법론과 종합사적 방법론이 맞섰다.
강교수는 각 시기마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으로 나눠 서술하는 분류사적 방법론을 제시했다.
그는 지금까지 대부분의 근현대사가 너무 정치ㆍ 외교사 중심으로 서술돼 결과적으로 침략과 저항의 역사로 단순화되고 민중의 생활상이 소홀히 취급된 감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신교수는 종합사적인 서술방법을 주장했다 사실의 생동감 있는 인과분석을 위해선 종합사로 서술해야 한다는것.
정교수도 식민지·종속사회로서의 한국근대사의 경우 정치·경제 사회·문화등이 고루 자율적인 부문으로 성장하지 못하고 정치부문만이 중요하게 대두됬던 현실을 지적, 분류사적 방법론의 한계성을 제기했다.

<일제하의 민족운등>
강교수는당시 민족운동의 기둥을 민족유일당 운동과 민족연합전선운동으로 파악했다. 특히 임정의 한국독립당, 다소 좌측의 민족혁명당, 연안의 독립동맹과 국내의 건국동맹이 벌인 연합전선활동을 강조했다.
신교수는 이에 공감하면서 해방 후 이 세력들이 모두 몰락한것은 이들이 국제열강에 기대지 않고 자유독립노선을 꿋꿋이 걸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분단시대를 보는시각>
강교수는 해방이후의 시대를 「분단시대」 라 하고 이 시대의 민족사가 지향할 대과제는민족통일이라고 강조했다. 따라서 민족통일을 이루는 방향과 위배되는 사실들은 역사에서 부정적인 사실들이라고 지적했다. 강교수는 강대국의 침략구조를 깨뜨리는 힘은 자기 역사의 실패원인을 철저히 인식, 반성하고 스스로의 방법론을 키워가는데서 찾을수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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