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득점에 … 어시스트에 … '코트의 도사' 현주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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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언제 어디서든 프로농구 LG의 현주엽(31.사진)은 돋보인다. 지난 시즌 KTF의 돌풍을 이끌었고, 올 시즌에는 LG의 중심 선수다. LG는 현주엽의 분전 속에 시즌 초반의 부진을 털고 4위까지 올라섰다. 공동 선두 모비스.동부.삼성과의 승차는 2게임. 한두 번 연승하면 선두로도 나설 수 있다.

1993년 겨울. 고려대 진학을 앞둔 휘문고 3학년 현주엽에게 기자들이 물었다. "장래 어떤 선수가 되고 싶으냐"고. 당시 그의 별명은 육중한 몸매와 '까부수는' 플레이 스타일이 닮았다고 해서 '한국의 찰스 바클리'였다.

그러나 현주엽의 대답은 뜻밖이었다.

"포인트 가드가 돼서 허재 선배와 대결하고 싶어요."

현주엽은 지금 포인트 가드가 아니다. 하지만 자신이 원하는 스타일의 농구를 하고 있다. LG가 치른 27경기에 모두 출전, 2일까지 경기당 12.6득점.4.6리바운드.5.7어시스트를 기록했다. 어시스트 수가 LG의 포인트 가드인 황성인(3.4개)보다 많다. 그래서 '포인트 포워드'라는 말도 듣는다.

이런 농구를 마음껏 할 수 있는 것은 신선우 LG 감독이 그를 믿고 맡기기 때문이다. 선수를 믿지 않는다는 신 감독이 묘하게도 현주엽만은 100% 신뢰한다. "현주엽은 농구를 안다"는 게 신 감독의 말. 선수 평가에 인색한 신 감독으로서는 최고의 찬사다.

파워 농구의 대명사로 통하던 현주엽의 농구는 상무에서 확 달라졌다. 2001년 6월 상무에 입대할 때 그는 무릎 연골을 심하게 다친 상태였다. '힘의 농구'는 더 이상 불가능했다. 현주엽은 2002년 농구대잔치에서 상무를 우승으로 이끈다. 그는 "그때 수비수를 속이고 동료에게 골 기회를 주는 농구가 얼마나 재미있는지 깨달았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외국인 선수 노먼 놀런이 입단하자 매우 기뻐하고 있다. 현주엽은 "놀런은 골밑과 외곽에서 모두 훌륭한 경기를 한다. 드미트리우스 알렉산더가 골밑에서 밀려 고전할 때가 많았는데 놀런이 가세한 후 이런 어려움이 줄었다"고 말했다.

현주엽의 플레이가 무르익고, 놀런이 가세하면서 LG는 강해졌다. 우승하고 싶어 LG에 입단했다는 현주엽의 꿈은 구체적인 목표가 돼 가고 있다. LG가 우승한다면 그가 받을 상은 딱 하나뿐이다. 최우수선수(MVP)다.

허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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