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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인터뷰, 좀 매끄러웠으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전 국민이 TV를 통해 LA올림픽을 지켜보았다. 여자농구 대 중공전이 재방되던 날에는 순간 전력사용량이 연중 최고를 기록했다던가. 감격도 많이 했고 주먹도 많이 흔들었지만 정작 어이없는 실소를 터뜨린 날도 있었다고.
올림픽경기가 다 끝난 날이었다. 방송중계진은 금·은·동메달리스트들을 LA스튜디오에 불러 앉히고 위성중계를 통해 한국의 가족들과 인터뷰를 시켰다.
그런데 거기서 온갖 질문과 답변은 너무나 답답하고 심심한 것이었다. 『장하다』『옆에 누가 와있다』『언제 오니』등의 질문만 지리하게 반복되고 대평양 너머의 답변조차 엉성하니 시청자로선 식상할 것이 당연하지 않은가.
보는이에 따라선 순박해서 좋다고 말하는 이도 있을 것이다. 하나 초현대식 과학문명의 이기를 통해 막대한 예산을 들여 진행되는 대화가 이처럼 알맹이 없는 것이어선 참 곤란한 일이다.
이럴 땐 기자라도 끼여들어 대화에 활기를 불어 넣었으면 좋으련만 이미 몇몇 인터뷰에서 나타난 이들의 질문조차 모호하기 짝이 없는 것이라 그것도 기대할 수 없었다.
인터뷰를 통한 취재의 영역은 자꾸 넓어진다. 또 앞으로 국제간의 TV전송회희도 자주 열릴텐데 TV라는 하드웨어는 잘 발달됐지만 이를 이용할 인터뷰라는 소프트웨어는 제자리 걸음을 하고있어 참 걱정이다.
인터뷰어는(interviewer)는 솔직하게 묻고 인터뷰이(interviewee)는 아는대로 조리 있게 답변하면 그 인터뷰는 성공한 것이다.
인터뷰어는 우선 궁굼한 것부터 물어야한다. 가령 기자라면 앞서의 경우에 이런 질문은 해봄직 하지 않았을까.
『신준섭선수는 판정이 내려지기 직전 시무룩한 자세로 서 있있다. 자신이 진 걸로 생각해서 그런건가』
『서향순선수의 국내기록은 김진호선수에게 뒤지는 것이었다. LA에선 어떻게 좋은 성적을 올릴 수 있었다고 생각하는가』
『유인탁선수는 시상대에서 부상한 모습으로 나와 국민들이 많이 걱정했다. 누구와의 경기에서 어쩌다가 부상했는가 의사들은 무어라고 말하는가』
『하형주선수와 서독 선수와의 4회전은 참 아슬아슬했다. 이 난적에 대해 평소 연구한 바가 있는가. 앞으로 또 만난다면-』
물론 이런 질문은 단순한 예에 불과하고 대회종료 직후 다 알게된 것도 있으나 적어도 그 순간만은 궁금했던 사실들이다.
우리는 너무 똑똑한 질문은 상대방에게 비례가 된다는 사회분위기 속에서 자라왔다. 그렇더라도 완곡하게나마 요점을 묻는 기법은 여러가지가 있을 것이다. 또 사실에 접근해야 할 기자의 입장이란면 더구나 인터뷰 과정이 모두 노출되는 방송기자의 입장이라면 세련된 인터뷰 기법을 연마하는 일은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다.
마이크와 카메라를 들고 거리에 나가 대중을 대상으로 하는 캔디드 카메라(Candid Camera)의 프로그램에선 요점을 딱 집어내는 질문을 한다. 답변자들은 너무나 요점이 분명해서 평소 생각해 보지 않은 문제에 답변하다보니 기상천외의 답변이 나오고 그래서 시청자들의 폭소를 자아낸다.
AFKN-TV를 통해 보는 ABC 나이트라인에서도 사회자의 질문은 매우 날카롭다. 물론 답변도 능수 능란하게 나온다. 다 이해할 수는 없어도 그 진지하고 긴장된 분위기는 충분히 느낄 수 있다.
「아트·부크윌드」는 가끔 인터뷰식 또는 질문·답변형식으로 그의 복문칼럼을 쓴다. 예외없이 수순급의 위트와 풍자가 흘러 넘친다.
뉴스위크의 맨 뒷 페이지에도 훌륭한 인터뷰기사가 실린다. 질문이 가끔 유도적이긴 하지만.
미디어가 발달하면 메시지도 발전해야 한다. 미디어의 발달은 테크니션이 맡겠지만 메시지의 발전은 기자나 PD·아나운서의 영역이 아닐까. 눌변의 국민을 탓하기 전에 우선 미디어 종사자부터 훌륭한 인터뷰어로 자라야겠다. 88년은 고사하고 86년 대회는 2년밖에 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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