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달곰 꼭 죽여야하나|"안락사 방침" 보도되자 항의 빗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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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외항선원이 배 기관실 한기통에 숨겨들여 왔다가 김포세관에서 적발된 인도네시아산 아기곰(사진·중앙일보15일자 사회면보도)은 살려야 옳은가, 죽이는 것이 옳은가.
농수산부 동물검역소 당국은 수출국 검역당국의 검역필증이 없는 동물의 수입을 금지한 가축전염법 예방법23조의 명문규정과 만일 이 곰을 통관시킬 경우 밀반입동물 처리에 좋지 못한 선례가 된다는 이유로 법에 따라 인도네시아로 되돌려보내거나 죽여서 매장·소각할 방침을 굽히지 않고 있으나 대부분의 시민들은 죄없는 생물을 법 절차의 홈만으로 죽이는 것은 너무 잔인하다며 당국의 법규 묵수주의에 비난과 항의가 일고있다.
아기곰 밀반입 사실이 보도된 14일 이후 중앙일보 편집국에는 많은 시민·학생들이 전화를 걸어 형식적인 절차에만 얽매어 가엾은 아기곰을 죽이려는 당국의 방침에 항의를 해왔으며 필요한 절차를 밟아 아기곰을 살려야한다는 의견을 보내왔다.
시민들은 동물의 밀수입을 금지한 법의 정신은 각종 전염법의 유임을 막자는 것인만큼 설혹 원산지에서 검역을 받지 않았더라도 국내에서 필요한 검역을 하면 될 일인데 확인도 해보지 않고 사살·매장을 하려는 것은 형식에만 얽매인 법 해석이라고 검역당국을 비난하고 있다.
특히 문제의 아기곰은 압수·보관하고 있는 부산세관과 부산동물검역소에는 부산 시민들의『곰을 살려주라』는 전화가 빗발쳐 부산시에선 아기곰의 생사가 온 시민의 관심사로 되고 있다. 이 아기곰은 14일 부산항에 입항한 원목운반선 제7만오호(4천t)에서 부산세관에 의해 적발된 것으로 선원 유길오씨(33)가 인도네시아에서 50달러를 주고 원주민으로부터 사들여 철장 속에 넣고 우유·콩 등을 먹여 키우며 배에 싣고 다니다 국내에 들여왔다.
세관측의 통보를 받은 부산동물검역소는 가축예방법상 미·일·캐나다·영국 등 동물수입지정 대상국외에 인도네사아 등 동남아 지역은 열대성 풍토병이 많기 때문에 동물수입금지구역인데다 전염성 풍토병은 잠복성이 강해 보균색출 검사는 2∼3개월안에 할 수 없어 검역필증 없는 곰의 반임은 허용할 수 없다고 결론, 약물주입에 의한 안락사 방침을 세워놓고 있다.
새끼곰을 살릴 수 있는 오직 하나의 방법은 원산지 인도네시아로 되돌려 보내는 것이나 관세법은 압수물품의 반송을 금한데다 반승을 하더라도 원산지 수출자가 확실치 않아 받을 사람이 없어 실제로는 불가능한 형편. 결국 새끼곰의 운명은 동물검역소의 처분에 달려있다.
한편 동물 전문가들도 아기곰을 살려야한다는 의견을 밝히고 있다.
서울대공원 진료과장 김정만씨는 『곰의 병은 사람에게도 옮겨지는 인·수 공통전염병이 아니기 때문에 각종 전염병 유무를 확인한 뒤 동물원에 기증하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다.<부산=문병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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