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의 면발 … 우동 매출 기부하는 ‘울산 총각포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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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울산시 북구 화봉동 ‘화봉동 총각포차’는 고갈비·닭갈비 등 여러 메뉴 중 손님이 먹은 우동값을 수시로 기부하는 특별한 가게다. 주인은 미혼인 이준엽(30·사진)씨. 그는 지난해 2월 실내를 포장마차처럼 꾸민 100㎡ 규모의 가게를 열었다. 음식맛이 소문나면서 손님이 늘어 요즘 월 매출 2000만원을 자랑한다.

 이씨가 이 가게를 차리기까지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1남1녀 중 둘째인 그는 2008년 11월 적성에 맞지 않는다며 다니던 대학교를 그만뒀다. 그러고는 1t짜리 중고 트럭을 사서 우동 등을 만들어 파는 노점을 했다. 처음에는 손님이 많지 않았다. 가끔 구청 단속에 걸려 번 돈의 상당액을 날리곤 했다.

 하지만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에 주민들은 “젊은 사람이 용기가 대단하다”며 격려해줬다. 노점 장소를 알아봐주는 주민도 있었다. 틈틈이 우동 맛을 개발하고 친절한 서비스를 보인 결과 손님도 점점 늘었다. 결국 노점 6년 만에 번듯한 가게를 차릴 수 있었다. 지금은 아르바이트생 3명을 두고 메뉴도 4개에서 9개로 늘렸다.

 그는 “주변 사람들의 도움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라고 했다. 집안 대대로 화봉동에서 산 이씨는 아버지와 보험영업을 하는 어머니를 모시고 산다. 동네주민들과도 친하다.

 주민 도움에 보답하기 위해 그가 생각해낸 게 ‘사랑의 우동차’ 프로젝트. 한 그릇에 4000원 하는 우동을 팔면 그 액수만큼 기부하는 것이다. 지난해 11월 한 달간 처음으로 이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우동 250그릇을 팔아 100만원을 모았고, 이 돈으로 내복과 햅쌀을 사서 동네 노인 10명에게 전달했다. 청소년 쉼터에는 이불을 기부했다.

 지난 2월 중순부터 4월 초까지는 프로젝트 2탄으로 ‘희망의 운동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의외로 낡은 운동화를 신는 청소년이 많은 걸 알고 생각해낸 아이디어다. 역시 우동을 팔아 80만원을 모았다. 날이 따뜻해지면서 겨울철보다 우동 매출은 줄었지만 기부 소문에 손님들이 자발적으로 잔돈 등 11만원을 기부했다. 이 돈 91만원으로 저소득층 어린이 7명에게 운동화와 트레이닝 바지 등을 선물했다. 그는 “기부행사 때는 손님들이 기꺼이 우동을 먹거나 잔돈을 맡기곤 한다”고 전했다.

 기부품은 노점을 할 때 구입한 1t 트럭으로 아르바이트생들과 함께 배달한다. 노점 당시의 어려움과 주변의 도움을 잊지 않고, 아르바이트생들에게 기부의 참뜻을 일깨워 주려는 생각에서다. 기부금 사용처를 투명하게 하기 위해 기부금을 모으는 과정과 기부품 전달 모습을 촬영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도 올린다. 아르바이트생 장은진(23·대학 4년)씨는 “동영상도 만들어 올리고 다음 프로젝트 아이디어도 내며 기부에 동참할 수 있어 뿌듯하다”고 말했다.

 이씨는 서울 등지에 가게를 더 늘리고 ‘사랑의 우동차’ 프로젝트도 확대해 청년 주축의 봉사단체를 만들 생각이다. 그래서 이런 다짐을 한다. “5t 트럭에 기부품을 가득 실을 만큼 사랑의 우동차가 커지도록 혼신의 노력을 다하겠습니다.”

유명한 기자 famou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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