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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개 안건 2시간30분 만에 처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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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한나라당이 불참한 가운데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열린우리당과 민주당·민노당 의원들이 2006년 정부 예산안과 종합부동산세법·기반시설부담금법 등을 처리하고 있다. 조용철 기자

2005년 본회의 마지막 날인 12월 30일 국회는 이른 아침부터 분주하게 돌아갔다. 새해 예산안 등 주요 안건이 하루에 몰렸기 때문이다. 특히 이라크 파병 연장 동의안 때문에 열린우리당 내에는 긴장감이 감돌았다. 민주노동당이 투표 참여를 거부한 가운데 평소 여당 내에도 파병 반대 의원이 40여 명에 달했기 때문이다. 법안을 의결할 수 있는 최소 인원(의결 정족수:150명)을 채우지 못할 가능성도 작지 않은 상황이었다.

위기감을 느낀 열린우리당 지도부는 전날 오후부터 당내 파병 반대 의원 설득 작업에 나섰다. 열린우리당 관계자는 "연장안이 부결되면 모든 책임은 여당이 지게 돼 또다시 정치 공세의 빌미를 주게 된다며 설득했다"고 전했다. 정세균 의장과 김부겸 원내수석 부대표는 30일 오후 의원총회장 앞에 서서 일일이 악수를 하며 파병안 처리를 당부했다.

반면 민노당은 막판까지 파병 연장안 부결 작전을 폈다. 민노당은 전화로 열린우리당과 민주당 의원의 불참을 독려하는 한편 "파병 반대 의원 모임 소속 의원들을 우리는 기억하고 있다. 어떻게 투표하는지 보겠다"며 공세를 폈다.

파병안이 상정되자 민노당 의원 9명이 전원 퇴장한 가운데 열린우리당 임종인 의원은 "미국의 이라크 테러에 왜 우리가 들러리를 서야 하느냐"며 반대 주장을 폈다. 표결이 시작되자 의원들의 시선은 일제히 전광판에 쏠렸다. 재석 의원수가 140명에서 주춤하자 잠시 걱정스러운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 그러나 재석 의원은 다시 한 명씩 늘어 재석 158명이 됐고 찬성 110, 반대 31, 기권 17로 통과됐다. 긴급 동원된 이해찬 총리와 김진표 교육부총리, 천정배 법무부 장관도 찬성표를 던졌다.

다른 법안 처리는 순조로웠다. 예산안을 재석 163명에 찬성 162, 기권 1로 통과시키고, 종합부동산세법과 기반시설부담금법.방위사업법 등을 모두 처리했다. 20개 안건이 2시간30분 만에 다 처리됐다. 김원기 국회의장은 표결을 마친 뒤 "참 길게 느껴지는 하루였다. 제1야당이 불참한 가운데 회의를 열게 돼 국민 여러분께 죄송스럽다"고 말했다.

한편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는 본회의가 진행 중인 이날 오후 염창동 당사 사무실을 지켰다. 이에 앞서 박 대표는 정병국 홍보기획본부장 등 당직자들과 함께 서울 방화동에 있는 지온보육원을 찾아가 원생들을 격려하고 위문품을 전달했다. 국회 본회의에 참석하는 대신 요양시설 등을 방문해 자원봉사를 하며 한 해를 마감한 것이다. 전여옥 의원은 "대화.타협이라는 단어조차 사전에 없는 정권이 들어선 한국의 비극이 가슴 아프다"고 말했다.

전진배.김선하 기자<allonsy@joongang.co.kr>
사진=조용철 기자 <youngc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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