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백14명의 특사·복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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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정부가 광복 39주년을 맞아 제5공화국 출범전후에 있었던 공안관련사범 7백14명에 대해 특별사면·복권조치를 취한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정부는 그동안 구시대의 침울했던 정치적 유산과 갈등을 씻고 화합과 관용의 장을 마련키 위해 16차례에 걸쳐 사면·복권조치 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7백여명이나 되는 많은 사람이 그런 은전을 방지 못한 채 계속 그늘 속에 묻혀 있었다는 것은 좀 의외의 느낌이다. 그 중에서도 긴급조치1∼4호 위반자 70여명은 문제의 유신헌법이 소멸되고 구시대의 잔재인 긴급조치가 해제된 지 벌써 10년이 지났는데도 아무런 사후조치도 못 받고 갖가지 제약 속에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누리지 못해왔다.
이 때문에 구시대의 정치사를 단절했어야할 정부가 과거를 청산하지 않고 있다는 인상조차 주어왔다.
정부의 이번 특별사면·복권조치는 그런 뜻에서 시기가 다소 늦은 감이 있으나 여간 다행스럽지 않다. 정부도 부담스러운 짐을 풀어놓은 느낌이 들 것이다.
정부의 권위나 신뢰는 정직성과 합법성·정당성을 유지할 때 생기는 것이다.
권위나 위력은 이러한 궤를 벗어날 때 상실되고 허세가 될 위험도 있는 것이다.
문제의 유신헌법이 사라지고 여건과 상황이 달라졌는 데도 지금껏 이들에 대한 사후조치가 없었던 이유나 배경을 새삼 거론할 계제는 아니지만 구시대의 찌꺼기를 제거하는 노력이 조금이라도 소홀히 취급된다면 화합과 단결이란 국정목표 달성에 지장을 초래함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더구나 이번 특사·복권에도 불구하고 민청련·민추협·민민협 등의 조직관련자 상당수가 제외되었다고 하는 데 추가 조치가 관심의 대상이 아닐 수 없다.
또 정치활동 피규제자 5백67뎡 가운데 1, 2차 해금에서 제외된 99명에 대한 조치도 주목되고 있다.
제5공화국 출범 후 잇단 사면· 복권 및 해금조치가 현정부의 안정에 대한 자신감으로 풀이된다면 이번의 추가 은전은 지난 시절의 불행을 말끔히 정리하고 넙어 갈 분위기를 거듭 확인한 것으로 보아도 될 것이다.
참된 의미에서의 화합의 소외계층이나 억울하다고 느끼고 있는 층에 대한 알뜰한 보살핌이 뒤따를 때라야만 이룩될 수 있는 것이다.
이번에 특사·복권된 사람들은 그동안의 상처를 말끔히 씻고 적극적인 사회생활을 영위해야할 것이며, 권력·지도층인사 역시 첨렴과 절제에 시범을 보여 국민단합의 바탕을 더욱 굳건히 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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