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지개 켜는 옷 판매 … 소비심리 살아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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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장기 불황으로 가라앉았던 소비 심리가 살아나고 있다. 이마트는 지난달 패션 상품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 늘었고, 이달(1~7일)에는 3% 성장을 기록했다고 11일 밝혔다. 이마트에서 패션 상품 매출이 증가세로 돌아선 것은 설·추석 특수 때를 제외하곤 42개월만에 처음이다.

 유통업계에서는 패션 상품 매출을 경기 상황을 재는 척도로 본다. ‘안 사도 되는 옷 값’부터 가장 먼저 소비를 줄이기 때문이다. 여유가 있어야 구입하는 골프용품 매출도 20.1%나 늘었다. 1분기 때만 해도 골프용품 판매는 23% 감소했었다.

오세우 이마트 패션레포츠담당 상무는 “경기 변동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남성 정장구두도 지난달 매출이 19.1% 늘었다”며 “오랜 불황 끝에 찾아온 경기 회복 기조를 이어가기 위해 다양한 상품을 내놓겠다”고 말했다.

 백화점에서도 소비가 살아나고 있다. 롯데백화점의 경우 올 1분기 매출 성장률은 0.3%에 불과했다. 하지만 지난달은 4.8%를 기록했다. 지난달 서울 강남의 세텍 전시장에서 연 대규모 할인행사에서는 목표 매출의 두 배인 60억원어치를 팔았다. 주말 3일 분으로 준비했던 물량이 첫날 동이 날 정도였다. 신세계백화점도 3월에 1.3% 감소했던 매출이 지난달에는 1.9% 늘었다.

 날씨도 패션 소비를 뒷받침했다. 변덕스러운 늦추위로 간절기 의류 판매가 주춤했던 3월과 달리 지난달부터 비교적 화창한 날씨가 이어지면서 나들이 옷 수요가 급증했다. 이마트의 경우 여름 옷이 예년보다 30% 빨리 팔렸다.

 하지만 급격한 경기 회복을 기대하기는 아직 이르다는 지적이 나온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자체상표(PB) 제품이나 큰 폭으로 할인하는 상품에 소비가 집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대형 할인행사에는 사람들이 몰려들지만 일반 매장에서까지 경기 회복을 체감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다만 지난해 세월호 참사 이후 사회적인 애도 속에 소비가 급락했던만큼 ‘기저효과’로 인해 2분기 실적은 반등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구희령 기자 hea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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