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대학가 커닝 놔두면 사회 부조리 심해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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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서울대에서 집단 커닝사건이 잇따르고 있다. 서울대는 통계학과 전공필수과목 중간고사에서 부정행위가 있었다는 제보가 접수돼 수강생 70명 전원의 점수를 무효처리했다고 밝혔다. 이 과목은 지난해 1학기 시험에서도 집단 커닝사건이 터져 재시험을 치른 바 있다. 앞서 철학과 교양과목 ‘성의 철학과 성윤리’ 중간고사에서도 집단 커닝 의혹이 불거져 지난 7일 재시험을 치렀다.

 사실 대학가의 부정행위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하지만 취업난으로 대학생 간의 경쟁이 심해지면서 수법이 점점 교묘해지고 있다. 스마트폰에 교재 내용을 저장했다 베끼는 사례가 만연하고 있다. 예전처럼 커닝페이퍼를 작성하는 수법은 그나마 최소한의 성의를 보이는 것이라고 한다.

 대학가에 부정행위가 확산되는 이유는 커닝을 통해 얻는 이익에 비해 적발될 경우 받는 불이익이 적기 때문이다. 최근 서울대의 집단 커닝사건에서도 부정행위자를 가려내 처벌하지 못했다. 재시험을 치른다지만 정당하게 노력한 학생만 피해를 보게 되는 셈이다. 미국 대학에서도 커닝사건이 종종 발생하고 있으나 우리 대학보다 훨씬 강력한 처벌을 하고 있다. 하버드대는 2013년 125명이 가담한 대규모 집단 부정행위 사건이 발생했을 때 가담자 대부분에게 정학·근신처분을 내린 바 있다.

 교수들이 커닝 가능한 문제를 출제하고, 시험감독을 소홀히 하는 것도 부정행위를 조장하는 원인이다. 사고력을 요구하거나 이론을 완전히 숙지해야 풀 수 있는 문제를 내면 교재 열람을 허용하는 ‘오픈 북’ 시험을 봐도 얼마든지 우열을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단순 암기형 문제는 공부한 사람과 부정행위자를 가려내기 어렵다.

 대학의 부정행위를 그대로 두면 우리 사회의 부조리를 더 심각하게 만들 수 있다. 커닝으로 좋은 점수를 딴 학생은 사회에 나가서도 이익을 위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대학이 인재 양성이라는 소명을 다하려면 부정행위를 뿌리 뽑기 위한 예방·교육·징계부터 강화해야 한다. 또 부정행위자에 대해선 로스쿨·대학원 입학 시험 등에서 불이익을 주는 방안도 강구해 볼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