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방송에 사연 보내…승객이 택시에 놓고내린 7300만원 찾아준 경찰

중앙일보

입력

거액의 현금이 든 가방을 실수로 택시에 놓고 내린 중국동포가 경찰의 기지와 택시기사의 양심 덕분에 돈을 되찾았다.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지난 9일 중국동포 우모(53)씨가 택시에 놓고내린 돈 7300만원을 한시간 만에 되찾았다고 11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우씨는 지난 9일 오전 11시쯤 급히 당산파출소를 찾았다. 여행사를 운영하는 중국동포 우씨는 중국인 관광객들이 입금한 여행자금을 원화로 바꾸려고 명동 환전소를 들렀다 오는 길이었다. 우씨가 명동에서 환전한 돈은 7300만원. 그는 거액이 든 돈가방을 들고 택시를 탔고 서울 양평동 여행사에 내렸다.

문제는 그 때 터졌다. 깜빡하고 택시에 돈가방을 놓고 내린 것이다. 택시를 따라 뛰어보려 했지만 이미 멀리 떠난 뒤였다. 차량번호도 몰랐고 택시비를 현금으로 계산해 신용카드 추적도 어려운 상태였다.

우씨는 그길로 당산파출소를 찾았다고 한다. 사정을 들은 파출소 홍동규 경사는 “대부분의 택시기사가 교통방송을 들으니 사연을 보내보자”고 말했고 즉시 문자로 방송에 사연을 보냈다. 그로부터 한시간 후 기적같은 일이 벌어졌다. 방송을 들은 택시기사 윤모(54)씨가 돈가방을 들고 당산파출소를 찾은 것이다.

홍 경사는 “신입 경찰이던 10년전 택시에서 물건을 잊어버렸다고 찾아온 손님이 있었는데 선배가 교통방송에 사연을 내보내 물건을 찾은 기억이 났다"며 "사연을 접수한 지 3분만에 방송국에서 '파출소 맞느냐'는 확인 전화가 왔다"고 말했다. 홍 경사는 "한 시간 만에 돈을 찾게돼 다행"이라고 말했다.

유혹을 이기고 경찰서를 찾은 택시기사 윤씨는 "7300만원이면 내 연봉보다 많다"며 "전혀 마음이 혹하지 않았다고는 할 수 없었지만 남의 물건이니 당연히 돌려줘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윤씨는 또 "1달에 1건 혹은 2달에 1건 정도 손님들이 휴대폰이나 지갑 등 물건을 놓고 내리는데 항상 주인을 찾아줬다"고 덧붙였다.

김민관 기자 kim.minkw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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