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민중의 실체찾아 역사더듬어|10년만에 『장길산』 끝낸 작가 황석영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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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작가 황석영씨가 10년의 노력끝에 완성한 『장길산』 은 그방대한 규모와 뚜렷한 주제로하여 우리문학사에 기록될만한 뛰어난 작품이 되였다.『장길산』은 그의 또 하나의 문제작인 『객지』와의 연관속에서 평가되어지는 작품이다.
70년대초에 발표된 『객지』는 현장노동자의 모습을 작품속에 구체적으로 드러낸 소설로서 우리문학에서의 최초의 작품이 될 것이다. 황씨는그가 들어선 민중문학의 세계를 『장길산』 에서 역사적으로 확대시키고 있다.
『분단된 나라의 과도기적시대의 작가로서 나는 70년대에 비롯되었던 민중이란 개념의실체를 찾아서, 자생적인 근대화의 원류에 닿을 것을 바라면서 민중사라는 장강의상류로 거슬러 올라간 셈입니다』
황씨는 『장길산』 에 대해 이렇게 말하고 있거니와 그것은 황씨가 우리 역사속에서 항상 자신이 처해있는 상태를 벗어나기 위해 애썼던 사람들에 대한 믿음을 가지려했음을 보여준다.
공사판의 일꾼으로, 공단의공원으로 굴곡 많은 생활을 해온 그의 경험도 이러한 생각을 뒷받침해주었을 것이다.
황씨는 언어로 쓰여진 문학작품 『장길산』을 노래로, 또만화로 만들어 보다 넓은 계층에 알리려고 하고 있다.
이것은 소설가로서 하나의문학적 성과를 얻은 작품에대한 애착을 과감히 버리는것이 되며 작품을 해체시키는 작업이기도 하다.
『우선 노래를 만들려고 합니다. 김민기씨가 작업을 하고 있는데 광대·군도·잠행·역모의 4부로 한시간짜리 노래굿이 될것이라고 합니다. 내용은 「장길산」의 큰 줄거리에서 그렇게 벗어나지 않으리라 생각하지만 또 변모를 겪어도 어쩔수 없는 일이지요.
국악과 민요등이 포함되는 공동창작이 될것을 기대합니다.』
또 전문만화가들이 작업을벌여 20권정도의 만화로도 나오게 된다고 황씨는 말했다.
지난 10년동안 황씨는 제주도·전남광주·해남·서울등지를 옮겨다니면서 연극·마당극·노래운동등의 문화운동에 참여해왔다.
제주에서는 연극단체 「수눌음」이 생겨나는데 기여했고 탐라민속연구소설립도 도왔다.
광주에서는 민중문화연구소·현대문화연구소를 함께 만들었고 해남에서는 해남농민학교를 함께 세웠다. 이러한 문화운동의 경험이 그대로 작품에 반영되어 『장길산』 속에는 오늘의 이야기가 역사적인 모습을 떠고 나타난 부분이 많았다. 작품속의 등장인물도 그가 만난 사람의 모습을 옮겨놓은 경우가 있다고 황씨는 말했다.
작품 『장길산』은 마지막 부분이 성급하게 처리되었다는 평가가 있었고 그부분은 황씨도 수긍했으나 개작을 할 의사는 없다고 한다. 이달 25일께 한바탕 굿판을 벌이는 출판기념회가 계획되고 있다.<임재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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