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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컬 광장] 열린 세계를 향한 경북도의 도전

중앙일보

입력

전 세계에서 귀하신 분들이 대구경북을 많이 찾았다. 지난달 12일부터 6일간 열린 제7차 대구경북세계물포럼에 국가수반, 국제기구 수장, 글로벌기업 최고경영자(CEO) 등 다양한 분야의 인사들이 대거 참석한 것이다. 비수도권에서 행사가 개최되는 관계로 내빈 의전이나 안전에 대한 우려도 있었지만 주관부처인 국토해양수산부와 지방정부가 협력해 성공적으로 행사를 마쳤다.

이번 물포럼은 전 세계 170여 개 국에서 4만60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참석해 역대 최대 규모를 달성하는 가시적인 성과를 이뤘지만, 무엇보다 지방외교의 새로운 지평을 개척했다는데 더 큰 의의를 두고 싶다.

이번 물포럼에서 새마을운동 세계화 프로그램이 특히 주목을 받았다. 저개발국가에 식수와 농업용수 등을 확보하는데 새마을 운동이 효과적인 역할을 했다는 평가였다. 새마을 운동 세계화는 2005년부터 경북도가 한국국제협혁단(KOICA)·유엔(UN) 등과 함께 아프리카와 아시아 등지에서 시행하고 있는 대표적인 저개발국 지원 사업이다.

실제로 이번에 물라투 테쇼 에티오피아 대통령은 에티오피아 5개 마을을 대상으로 한 경북도의 새마을운동 보급 사업을 전 마을로 확대해 줄 것을 요청했고, 나아가 농기계 보급, 수자원 개발 등에도 우리 도의 적극적인 협조를 부탁했다.

포럼에 참석한 앙헬 구리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사무총장은 우리 도의 새마을운동 세계화 사업에 깊은 관심을 보이며 관련 자료를 요청하고, 나에게 OECD 본부를 방문해 달라고 초청했다. 이로 인해 국제기구와의 협력범위도 종전의 UN에 더하여 OECD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우물 파주기에서 시작한 새마을운동 세계화 사업이 이를 기반으로 수처리 기술 전수, 고도 정수 플랜트건설 참여 등 물산업의 해외진출로까지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이번 물포럼에 참석한 세계적인 물기업 CEO들과 연쇄적 회동을 통해 상당한 투자유치 성과도 이뤄냈다. 프랑스 수에즈 그룹과는 도내 기업과 합작투자를 논의했고, 스위스 네슬레사와는 해양심층수와 염지하수 공급 등을 추진하기로 했으며, 일본 도레이사와는 멤브레인 분야의 투자확대를 약속받았다.

한편 오는 8월 21일부터 10월 18일까지는 천년고도 경주에서 문화로 세계가 만나는 장이 마련된다. 경주를 ‘실크로드’의 물결로 넘치게 할 ‘실크로드 경주 2015’는 유라시아 문화가 한자리에 모이는 잔치다. 1000년 전 페르시아 상인들이 실크로드를 따라 경주로 와 신라문화를 꽃피웠듯 21세기 신(新)실크로드를 따라 유라시아 국가 문화인들이 경주로 모여드는 것이다.

경상북도는 1998년부터 시작해 모두 일곱 차례에 걸쳐 국내와 해외에서‘문화엑스포’를 개최해 왔다. 특히 2006년 캄보디아 앙코르와트에서 열린‘앙코르-경주세계문화엑스포’는 ‘문화행사 수출 1호’로 세계인의 축제로 인정받았다. 2013년 터키에서 열린‘이스탄불-경주세계문화엑스포’는 전 세계 480여 만 명에게 한국 문화의 우수성을 보여주기도 했다.

기존의 중앙정부가 주도한 해외문화원 중심의 국제문화교류는 한국문화의 단편만을 보여주는 한계를 가지고 있었던 반면 경상북도가 주도한 ‘문화엑스포’는 종합적이고 심도 깊은 한국 문화를 선보였다는 호평을 받았다. 이는 결국 대한민국의 글로벌 문화브랜드를 구축함으로써 국가의 소프트파워(soft power)를 제고하는 효과를 발휘한 것이다.

또 하나, 올해 경북에서는 10월 2일부터 11일까지 문경 등 8개 시·군에서 세계군인체육대회가 열린다. 이 대회에도 전 세계 110여 개 국에서 1만 명 정도의 선수와 임원들이 참여할 예정이다.

특히 이번 대회에는 북한이 참가 신청서를 제출해 스포츠를 통해 남북이 화합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한반도 평화정착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세계 유일의 분단국 대한민국에서 인류 평화와 공존의 불꽃을 피워 올리는 꿈과 희망의 현장이 펼쳐질 것이다.

21세기 국제사회는 세계화(globalization)와 지방화(localization)가 동시에 진행되는 세방화(glocalization)의 시대다. 국가 중심의 국제교류가 정치·이념적 한계에 봉착하고 있는 반면 이의 대안으로 지방정부가 새롭게 대두되고 있다. 이스탄불-경주엑스포 당시 이스탄불시는 유럽의 자존심 성소피아 성당 앞마당을 한 달간 행사장으로 내어 주었다. 법과 절차로 따지자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러나 지방정부의 장점을 최대한 활용한 마음을 보여주는 전략이 그들을 움직였다.

변화하는 국제질서 하에서 이제 지방도 직접 세계로 나아가야 한다. 열린 세계를 향한 경북도의 도전은 더 큰 희망을 쫓아 계속 나아갈 것이다.

경북도지사 김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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