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메이션 '니모를 찾아서' 6일 개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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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바닥보다 작은 물고기가 망망대해로 모험을 떠난다. 인간에게 잡혀간 아들 '니모'를 찾기 위해서다. 상어나 해파리 떼 같은 위험한 놈들도 안중에 없다. 오로지 아들을 구해야 한다는 일념뿐이다. 알들을 지키려다 죽은 아내가 남긴 단 하나의 혈육, 게다가 한쪽 지느러미마저 성치 않은 녀석 아니던가.

픽사 스튜디오의 새 애니메이션 '니모를 찾아서(Finding Nemo)'는 세상의 모든 아버지를 위한 영화다. 겁많고 소심한 아빠 물고기 '말린'이 아들을 구하기 위해 죽음과 맞서며 놀라운 용기와 재치를 발휘하는 모습을 보며 관객들, 특히 아버지들은 코끝 찡한 카타르시스를 느낄 법하다.

말린이 니모를 되찾는 데는 두 마리 물고기의 도움이 절대적이다. 하나는 그의 모험의 동반자인 '도리'요, 다른 하나는 니모가 잡혀간 어항속에 살던 '길'이다. 인간의 문자를 읽을 줄 아는 덕분에 말린에게 결정적인 추적 단서를 제공하는 도리는 건망증이 너무 심한 것이 단점. 조금 전에 일어난 일도 바로 잊어버린다. 수선스럽기 그지없는 태도와 함께 그의 건망증은 한시도 니모를 잊지 않는 말린과 대비되며 관객들의 배꼽을 쉬지 않고 간지럽힌다.

한편 어항속 길은 늘 바다를 꿈꾼다. 잡혀온 니모에게 다른 물고기들은 어느 수족관 출신이라고 자랑스럽게 밝히지만 바다출신인 길은 나지막이 말한다. "어항 속에 갇혀 있으려고 태어난 것은 아냐."

다른 물고기들과 함께 탈출을 도모하던 길은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한 니모를 위해 온 몸을 던진다. 길이 그토록 간절히 탈출을 원한 이유는 자유를 누려봤기 때문이다.

자유를 향한 의지는 다시 니모에게로 이어지면서 반항심 많던 꼬마는 독립심 강한 소년이 된다. 이 대목에서 '해저 2만리'에 나오는 니모 선장을 떠올리는 관객들도 적지 않겠다.

'토이스토리''벅스라이프''몬스터주식회사'로 컴퓨터 애니메이션의 신기원을 만들어낸 픽사는 7년간 기획하고 4년간 제작했다는 이번 신작에서도 놀라운 기술력을 유감없이 펼쳐 놓는다.

컴퓨터로 표현하기가 가장 어렵다는 물을 배경으로 한 것부터 자신감의 표현이다. 물결과 해류, 바다 속 부유물과 물거품을 보면 진짜 바다 속에 와있는 듯 착각하게 된다.

여기에 채식주의자로 변신하고자 하는 엉뚱한 상어 삼총사나 해류를 타고 가는 거북이 무리들, 개성강한 어항속 물고기들, 펠리컨과 갈매기를 포함한 형형색색 바다 생물들과 그들이 펼치는 짜릿한 액션은 가히 환상적이다. 6월 6일 개봉.

정형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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