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새정치연합에 비노 원내대표가 탄생한 의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4면

7일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 경선에서 이종걸 의원이 당선됐다. 이 신임 원내대표는 ‘비노’인 데다 4선 경력이 무색하게 안정감이 떨어지고, 지나치게 강경 일변도란 지적을 들어왔다. 원내 수석 부대표 시절 걸핏하면 시간 약속을 어기고 무리한 주장을 펴 협상이 교착되기 일쑤였다. 보다 못한 천정배 당시 원내대표가 다른 의원에게 추가로 같은 자리를 줘 야당 사상 전무후무한 쌍두 원내 수석 부대표 체제가 등장했을 정도였다. 2012년 대선 직전 박근혜 후보를 ‘그년’으로 지칭해 물의를 빚은 이도 그다.

 이런 탓에 원내대표 경선에서 번번이 고배를 마셔 온 그가 3수 만에 당선된 건 문재인 대표 등 친노 주류에 대한 야당 의원들의 심판 성격이 짙다. 야당이 4·29 재·보선에서 참패한 원인은 민심과 불통하고 통합의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한 데 있다. 그러나 문 대표는 잘못을 인정하고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는 대신 엉뚱하게 더 치열하게 투쟁하지 못한 점을 패인으로 돌렸다. 이 원내대표의 당선은 친노의 눈으로 세상을 재단하는 문 대표를 향해 새정치연합 의원들이 내리친 준엄한 회초리다.

 이 원내대표의 책무는 막중하다. 야당은 그제 포퓰리즘의 극치인 ‘소득대체율 50%’ 명기를 고집한 끝에 공무원연금 개혁을 무산시켰다. 여기에는 여당의 잘못도 크지만 이해 당사자인 공무원노조를 끌어들이고, 무리하게 국민연금까지 손대 미래 세대에 부담을 떠넘긴 야당의 책임이 더 크다. 100만 공무원 표를 얻으려고 5000만 국민을 등진 셈이다. 문 대표의 인식이 운동권 수준에 머물러 있는 상황에서 신임 원내대표까지 민생 대신 당리당략을 앞세운다면 새정치연합은 다가올 총·대선에서도 희망을 걸 수 없다.

이 원내대표는 국회 운영에서 계파를 초월하는 화합의 리더십을 보여주되, 친노 강경파의 비합리적 주장엔 단호히 맞서야 할 것이다. 이달 중 열릴 원포인트 국회에서 이 원내대표가 국민연금과 연계하는 꼼수부터 뜯어고쳐 제대로 된 공무원연금 개혁안을 내놓을지 국민은 지켜볼 것이다.

 최근 주요 선거에서 연거푸 야당이 패배한 것은 국민의 눈에 ‘여당과 다를 게 없는 기득권 집단’으로 비쳤기 때문이다. 여야 모두 부패한 기득권 세력이라면 개혁 시늉이라도 하는 여당을 차악으로 선택한 것이다.

 문 대표나 새정치연합 의원들도 이를 모를 리 없을 것이다. 그런데도 국민 대신 이익집단, 민생보다 이념을 챙기며 투쟁 일변도로 치닫고 있다. 지지 기반을 버리면 그 알량한 기득권을 잃을지 모른다는 공포감 때문이다. 앞으로도 그런 길을 가는 건 새정치연합의 자유다. 하지만 그럴수록 수권정당의 꿈은 멀어지고, 지켜온 의석마저 쪼그라들 것이란 점은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