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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올림픽 앞으로 4일<7>중공의 〃팬더곰 외교〃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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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로스앤젤레스올림픽 개최 1주일을 앞두고 세계 각국 선수단이 속속 LA에 도착하는 가운데20일 LA동물원에서는 대규모의 중공합동행사가 있었다.
이행사는 중공이 지난81년 사천에서 생포한 3살짜리 암팬더곰 「윤윤」양과 수팬더 「잉싱」군을 이번 올림픽을 기념하는 의미에서 LA동물원에 장기대여한것을 축하하는 모임이었다.
이모임은 뷔페식 만찬을 겸한 일종의 파티형식으로 화려한 차림의 미국인1천여명이 테이블하나에 2백달러씩내고 참석했고 중공축에서는 l백여명의 올림픽참가선수들이 유니품을 입고 나타나 미·중공의 「우의」를 과시했다.
이 자리에는 LA의 「롬·브래들리」시장과 「피터·위버로드」LAOOC위원장이, 그리고 중공의 「리·멍화」선수단장겸 체육문화부주임(장관급)과 「장·웬진」주미중공대사가 참석했다.

<미-중공외교 다져>
팬더곰 두마리가 다리를 놓아 양국의 거물급들이 모인 이자리에선 미·중공양국인이 서로잇단 환호와 박수를 교환, 이번행사가 단순한 문화행사가 아닌중공의 대 LA시민 외교성과를 증명하는 행사처럼 됐다.
미·중공 두나라는 한반도에서 서로 수많은 인명을 희생해가며 적으로 싸웠고, 이들 전날의 적들이 모여 술잔을 들고 환호하는것을 지켜보면서 피의 전갱터였던 한국에서 온 기자는 또다른 감회가 없을수 없었다.
이날 행사에서 「장·웬진」중공대사가 『이제 로스앤젤레스에는 없는것이 없읍니다. (올림픽과 관련)1백40여개국의 각국대표가 모여있고 워싱턴에도 없는 팬더곰도있습니다. 실제로 미국의 수도는 워싱턴이 아니라 이제 로스앤젤레스가 아닐수 없읍니다』고 말하자 참석한 미국인남녀들은 모두 기립해 7분가량 환호와 박수로 대답했다.
LA동물원행사는 중공이 이번올림픽을 올림픽 차원을 넘어선 대서방외교의 새로운 계기로 삼고있고 중공의 이같은 독특한 수완에 미국인들은 깊은 영향을 받고있는듯 했다.
팬더곰축제 못지않은 또 다른행사는 21일밤 LA뮤직 센터에서 일린 영국로열오페라단의 오페라 『투란도트』공연이다.
중국배경을 배경으로 한 「풋치니』의 가극 『투란도트』는 가수들의 옷이 모두 중국 고유의상인데다 이 오페라의 주멜러디가 중국의 민요여서 또 다른 의미를 갖고 있는듯 했다.
이 오페라의 음악은 형식은 서양음악이지만 중국민요의 멜러디가 반복되고 중국궁중을 무대배경으로 중국식 춤이 펼쳐져 관객들은 사실상 서양음악을 통해 중국과 접하고 있었다.
오페라가 한막씩 장면을 바꿀때마다 끊일줄 모르는 박수는 팬더곰이 몰고온 바람과 함께 중공의 미국진출노력이 맺어준 열매로 보였다.

<중공팀 환영식 러시>
중공선수단 본진은 20일 중공민항기로 LA에 도착한 이래 거의 매일 1∼3차례의 환영행사에 참석하고 있다.
이들 중공선수단에 대한 중국교민들의 잇단행사와 그 화려한 인사말, 자부심에 찬 답사들은 어느새 미국의 중국인이 친중공으로 모두 돌아섰는지 의심이 갈 정도였다.
상대적으로 조용하고 중공이 낀행사에 접근하기를 꺼리는 자유중국측의 태도를 보고있노라면 역사의 명암을 새삼 느낄수있다.
취재기자와 만나는 중공정부고위관리들은 『한국기자』라고 밝혀도 아무런 표정의 변화를 보이지 않을뿐 아니라 수시로 만난 중공선수, 취재기자 60여명은 조금도 스스럼없이 간혹은 오히려 그쪽에서 먼저 말을 걸어을 정도로 개방적이고 적극적이었다.
미국에서 중국인으로선 유일하게 대학총장을 하고 있다는 샌프란시스코의 「우·치아·웨이」박사는 행사때마다 중공선수들에게 『금메달에 집착지 말라. 중국의멋을, 그리고 신사도를 보여라』고 강조한다.
이같은 움직임은 이번 LA올림픽이 중공에는 커다란 「중공인민」대 「미국시민」의 만남의 장이되고 있는 셈이다.
이같은 중공의 활발한 올림픽외교와 함께 소련의 LA올림픽보이코트권고를 거절하고 선수단을보낸 동구의 루마니아는 LA도착 즉시 메인 프레스 센터를찾아 기자회견을 갖는가 하면76년 몬트리을올림픽의 요정 「코마네치」를 선수단코치로 보내 미국인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루마니아는 특히 미국TV회사들에 「코마네치」전성기때의 묘기를 담은 필름을 제공, 미국15개주에서 차례로 방영하게 하는등 나름대로 적극외교를 펴고 있다.
이같은 중공과 루마니아의 올림픽외교와는 달리 소련등 LA올림픽불참국들과 북한은 소극적이고 그늘에 가린채 이번 올림픽에 임하고 있다.
소련은 선수단 없는 취재기자단 파견으로 사실상 올림픽외교를 포기한 셈이다.
20일 중공선수단 본진과 함께LA에 도착한 북한의 김유순일행도 10명 전원이 숙소인 필트모호텔에서 은둔하다시피 바깔에 모습을 내보이지 않아 중공이나 루마니아의 태도와는 좋은 대조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소련은 「콘스탄틴·안드리아노프」, 「비타리·스미노프」등 2명을 국제올림픽위원회(IOC)총회에 대표로 보내고 북한도 10명의 대표단을 보내 IOC회의를 통한 외교를 벌이고있다.
이 IOC외교는 중공이나 루마니아처럼 대중적이고 요란하고 화려하지않다는 점에서 올림픽개최국인 미국, 특히 큰행사를 좋아하는 미국인들에게는 관심을 끌지 못하고있다.

<중공기자, la 비난>
이처럼 중공이 미국에 「좋은인상」을 심고있지만 중공기자들의 미국에 대한 불평은 적지않다.
중공 스포츠잡지의 편집국장 「장롱수안」(장영천)기자는 LA다운타운에 있는 밀너호텔에 묵고있다며 『방값은 1류, 서비스는5류』라고 불만이 대단하다.
방l개에 하루 90달러를 주고있다는 장은 낡은 빌딩에 어둡고 냄새나는 호델이면서도 어떻게 그처럼 비싸게 받을수 있느냐며 분개하기까지 했다.
밀너 호텔에서 멀지않은 다른호텔의경우 시설이나 환경이 훨씬 좋은데도 값은 70탈러 수준인것과 비교하면 그의 심정을 이해할수 있었다.
세계 5개국을 여행한 적이 있다는 장은 나이는 50대, 유창한영어를 구사해 외국기자들과 비교적 잘 어울리는 편으로 다른사람에게 좋은 인상을 주는 인물이다.
중공은 LA시에 좋은 인상을주고 있는데도 LA시는 중공에 나쁜 인상을 주고있다는 점에서 이번 미·중공올림픽 외교는 LA판정패로 끝날공산이 없지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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