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후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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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시골버스 안에서』-<시끌+버스>라는 말이 언제부터 귀에 익은말로 나돌게 되었는지 잘 알 수 없으나 이 시조를 통해서 한결 생생하게 실감되고있다.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의 시대에는 <남도 삼백리>가 제격이었는데, <차도 뛰고 나도 뛴다>는 <비포장 자갈길>의 세계에서는 <남도40킬로미터>가 제격인 것 같다.
그런가 하면, <남도 삼백리>의 시대에는 무엇보다도 심상을 뽑아 간추리면서 비유해 내되 <술 익는 마을마다 타는 저녁 놀>이었던 것에 비해<남도40킬로미터>의 세계에서는<흐르는 계곡 찬물도 엔진 우는 그 소리…>로 바뀐다는 점.
이처럼 시의 목소리는 자꾸 달라질 수 밖에 없다. 시대 혹은 사회가 다른 목소리로 뽑도록 하기 때문이다.
이 시조의 경우, 눈치 보지 않고 제 목소리대로 내고자 애쓴, 그만큼 각별한 데가 있다.
『내고향』-한국적 로컬 컬러, 이를테면 이행석의『메밀꽃 필 무렵』같은 것을 온연히 떠올리는 그런 산골 마을이 지금도 보존되고 있어 <호박꽃 그리움이 툇마루에 걸터앉고> 있나 보다. 그래서 그곳 사람들의 인심은<도라지내 나는인심>인가 보다. 이런 좋은 얘기들인데도 종장에 이르러 그르쳐졌다. 뜻을 둘러 내거나 다튼 표현으로 감싸지 않고 곧이 곧대로내 놓았기 때문이다.
『고향』-말을 3장으로 잡아 앉히는 요령만은 터득한 듯하며, 좀더 시적인 일이 되기 위해서는 시문장으로서와 표현법 등을 몸에 익혀야 하겠다.
『낙조』-해 떨어지는 모습이며 그 빛깔을 고추에다 비추어 말하면서 <배 가르고 씨 만지면 맵고 맵던 어린시절>로까지 유추해 냈다. 이른바 생각을 삼겹살로 조직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 시조 역시 종장처리가 좀 헐거운 느낌.
『가는 세월』-불교적 철학 일면을 뼈대로 상아 한 순간의 상상력을 불러일으키려 했으나 설득력이 부족하다. 일단 말이 되도록 고쳐서 내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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