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루니 무섭다'… 삼성 신치용 "집중 공격도 안 통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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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남자 배구 현대캐피탈의 '미국 특급' 숀 루니(23.사진)의 위력이 갈수록 더하고 있다. 2m6cm의 장신을 이용한 고공 배구로 상대 블로커들을 농락하며 현대캐피탈을 단독선두로 이끌고 있다.

25일 현대캐피탈과의 라이벌전에서 패한 신치용 삼성화재 감독은 "우리뿐 아니라 다른 팀들도 루니를 부담스러워 한다. 탄탄한 기본기를 바탕으로 공격과 수비력이 두루 좋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신 감독은 이날 현대 전을 앞두고 "서브와 공격 때 루니에게 목적타를 날려 그의 발을 붙잡아 놓을 것"이라고 예고했다. 그러나 막상 뚜껑이 열리자 루니는 삼성의 집중 공격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펄펄 날며 양팀 중 가장 많은 18점을 득점했다. 지난 11일 두 팀 간 1차전에서 삼성의 계속되는 서브공격을 받고 비틀대던 모습이 아니었다.

김호철 현대 감독은 "루니가 점차 한국 배구에 적응하기 시작했다. 처음엔 자신에게 공격이 집중되자 무척 당황했으나 이젠 오히려 공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훈련을 통해 수비에 대한 자신감을 갖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신치용 감독은 "우리 선수들이 루니의 키에 부담을 느끼는 것 같다. 25일엔 목적타도 잘 들어가지 않았고, 선수들이 승리에 집착한 나머지 실수를 남발해 자멸했다"고 평가했다.

고공강타가 주특기인 루니는 서브에도 일가견이 있다. 21일 한국전력과의 마산 경기에서 서브 에이스 8개를 꽂아 넣으며 최고기록(종전 4개)을 세웠다. 26일 현재 공격성공률 1위(55.88%), 서브 2위(세트당 0.50개), 총득점 3위(143점)다.

김호철 감독은 "내성적인 성격이라 잘 적응할 수 있을지 걱정했는데 코트에 서면 파이터로 변신한다. 경기가 거듭될수록 모든 면에서 잠재력이 분출되고 있다"고 칭찬했다.

동료와의 친화력도 좋다. 다른 문화에 대한 호기심이 많아 된장찌개 등 한국 음식도 잘 먹고, 상대방을 잘 배려한다. 루니는 팬들이 많이 생겼느냐는 질문에 "팀 내 여성팬이 가장 많은 이선규와 붙어 다니고 있다. 그러다 보면 이선규 팬이 내 팬이 되지 않겠느냐"며 유머 감각까지 과시했다.

신동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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