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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아시는 분?' 채팅 앱 이용한 '부부 마약판매단' 검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술 아시는 분? 연락주세요.’

부부는 지난해 8월 ‘즐톡’이라는 채팅 앱에 이런 글을 올렸다. ‘술’ ‘작대기’ ‘아이스’는 모두 채팅 상에서 필로폰을 지칭하는 은어다. 즐톡으로 연락이 오면, 추적이 어려운 해외 채팅 앱인 ‘텔레그램’으로 이야기하자고 권유했다. 부부는 이렇게 연락이 온 21명에게 필로폰 60g을 판매했다. 또 서울 강남과 동두천 등지의 모텔 등에 모여 상대를 바꿔가며 성관계를 갖는 일명 ‘마약 파티’를 벌였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필로폰을 투약하거나 판매한 혐의(마약류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등으로 신모(41)씨와 김모(27ㆍ여)씨 부부 등 9명을 구속하고 18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6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신씨 부부가 거래한 필로폰 60g은 시가 2억원 어치다. 2000명이 동시에 투약할 수 있는 분량이라고 한다. 신씨 부부는 필로폰을 g당 80만~140만원을 받고 거래했다. 함께 성관계를 맺은 사람들에게는 돈을 받지 않기도 했다.

경찰은 지난 1월 단순 투약자를 검거하는 과정에서 신씨와의 채팅 내역을 확보한 후 남편 신씨를 먼저 검거했다. 추적이 어려운 채팅 앱을 써 처음엔 신원확인이 어려웠다고 한다. 하지만 이들이 마약을 거래하는 과정에서 지난 2월 이용한 지하철 물품보관함에 체크카드 이용내역이 남아있었던 게 실마리가 됐다.

경찰은 체크카드 신원조회를 통해 지난 4월 판매책인 양모(52)씨와 김모(62)씨를 추가로 검거하고, 김씨가 자신의 차량 배선박스에 숨겨놓은 필로폰 50g을 찾아내 압수했다. 이후 김씨에게서 마약을 산 신씨의 아내 김씨 역시 검거했다.

수사를 담당한 김석환 경감은 “이전까지의 필로폰 판매사범들이 주로 직접 만나 돈을 건네고 마약을 받았다면, 지금은 채팅 어플을 통해 광범위에게 마약을 팔고있다”며 “판매수법도 직거래에서 퀵서비스나 지하철 물품보관함 이용 등으로 진화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아직 검거되지 않은 주요 판매책인 김모(40)씨와 최모(51)씨의 행적을 추가로 수사해 검거한다는 방침이다.

조혜경 기자 wiseli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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