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겨읽기] 못 말리는 경제심리의 정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5면

돈 버는 심리 돈 새는 심리
최인철 지음
랜덤하우스중앙, 282쪽, 9800원

"물어보자. 혹시 당신은 마이너스 통장에 마이너스 잔고가 남아 있는데도 적금 통장에 꼬박꼬박 저축을 하고 있지는 않은가? 또 당신은 백화점 세일 기간에 싸다는 이유로 굳이 필요도 없는 고가의 물건을 사 들이고는 절약했다며 뿌듯해 한 적은 없는가? 콩나물 값 100원은 아득바득 깍으려들면서…."

저자인 서울대 심리학과 최인철 교수는 이렇게 묻고 있다. 사실 우리 대부분은 그렇게 '미련을 떨며'살고 있다. 당첨 확률 814만분의 1, 따라서 철두철미 운에 좌우될 수 밖에 없는 로또 복권 구입에 기를 쓴다. 저자는 이런 우리 모습을 '바보'라고 잘라 말한다. 심리적 착각 때문에 돈이 새거나, 에너지가 낭비되고 있다는 것 자체를 잘 모르고 산다는 경고다.

"경제 전문가들이 '경제는 심리'라고 말하면서도, 정작 그 이유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고 있다. 소비 심리, 투자 심리라는 말이 번번히 사용되고 있지만, 사람들이 어떤 원리에 따라 움직이는지 알려주는 곳도 없다."(저자 서문)

때문에 이 책은 눈 앞의 재테크의 노하우를 익히기 보다는 당신 내부의 심리적 장애부터 치울 것을 권유한다. 장기 투자가 바람직한 줄 알면서도 결국 단기 투자자로 전락하는 못 말리는 심리, 그래서 주식으로 쪽박을 찬 뒤에도 또 다시 주식 시장 주변을 어슬렁거리는 이상한 심리등이 요목조목 설명된다.

읽는 재미가 녹아있는 이 책을 읽어보면 움베르토 에코의 유머 섞인 말이 떠오른다. "사람들이 가장 공평하게 나눠 가진 것은 건강한 상식이 아니라 바로 어리석음인지도 모른다."

사실 이 책이 경제심리를 다루고 있지만, 저자가 실제로 전달하고 싶었던 것은 도무지 가늠 안되는 인간 심리의 정체라는 말에도 고개가 끄덕여진다. 사회심리가 주전공인 저자는 서울대 심리과학연구소장을 겸하고 있으며, 2003년에는 한국심리학회에서 주는 소장학자상을 받았다.

조우석 문화전문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