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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리뷰2005증시를말하다] 3. 물꼬 튼 실물 펀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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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고층 빌딩이 즐비한 서울 강남 테헤란로에 나선 이기환 현대와이즈자산운용대표. 이 대표는 "2006년에는 부동산 펀드를 비롯한 대안투자상품들이 새롭게 평가받으며 자리를 잡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정동 기자]

"2005년이 펀드 시대의 개막이라면 2006년은 대안 투자가 꽃피는 한 해가 될 것입니다. "

현대와이즈자산운용 이기환(사진) 공동대표는 자신감이 넘친다. 중소 규모의 자산운용사지만 올해 대안 투자 상품인 부동산 펀드의 공모에 성공, 새로운 시장의 가능성을 봤기 때문이다. 대안투자는 주식.채권 등 전통적인 투자 수단 외에 부동산.선박.원자재 등의 실물 자산이나 각종 파생상품 등에 대한 투자를 말한다.

이 회사는 올 초 1500억원 규모의 '부동산 경매펀드 1호'를 공모, 하루 만에 목표 금액을 채웠다. 금융상품의 특허 격인 배타적 우선판매권도 4개월이나 보장받았다. 이 대표는 "접근이 쉽지 않았던 경매.공매를 펀드 형식을 빌려 자본시장에 소개한 것에 자부심을 느낀다"며 "필요한 물량의 편입이 거의 끝나 내년 이후에는 높은 수익률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2005년을 '대안투자가 투자자에게 본격적으로 소개되고 자리를 잡은 한 해'로 정의했다. 그의 말마따나 지난해 말 8610억원에 불과했던 부동산펀드 설정액은 16일 현재 2조4400억원으로 불었다. 내년에는 최대 4조원까지 늘어날 것이라는 게 업계 예상이다. 선박에 투자해 장기간에 걸쳐 운용수익 등을 받는 선박펀드도 올해 21개가 거래소에 상장돼 지난해(8개)의 두 배를 훌쩍 넘어섰다.

이 대표는 "규모가 크게 늘어난 것도 고무적이지만 무엇보다 개인투자자가 대안투자 상품의 의미와 중요성을 이해하게 된 것이 큰 소득"이라고 말했다.

부동산 등 실물자산에 대한 투자는 주식이나 현금과 달리 인플레이션에 강한 특성이 있고 장기적으로 볼 때 수익의 변동성도 작은 편이다. 큰 자산을 움직일 때 부동산.선박 등 실물자산에 일정 부분을 투자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 대표는 "외국은 물론 국내 기관들도 자산의 10~20%는 이들 대안상품에 투자하는 게 상식"이라며 "개인의 경우 자산 규모가 작아 다양한 상품을 고를 수는 없지만 부동산펀드 등은 고려할 만하다"고 말했다. 부동산펀드는 특히 부동산에 관심이 많은 국내 투자자에게 적합하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아파트 등 부동산에 대한 직접투자는 정부의 강력한 투기억제 정책 등을 고려할 때 위험성이 높지만 상가.사무실.대규모 개발사업 등에 장기 투자하는 부동산펀드는 이런 우려에서 벗어나 있기 때문이다.

그는 "2006년에도 주식형펀드가 시장을 선도하겠지만 2005년 같은 높은 수익률을 올리기는 어렵다"며 "투자자는 기대수익률을 낮추는 한편 자산을 담을 바구니는 늘려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대안투자는 단기 승부가 아니라 오랜 기간 참고 기다려야 하는 '인내 투자 자산(Patient Asset)'이라는 게 특징이다. 주가가 크게 출렁거리고 기대수익률이 낮아질수록 대안투자의 가치는 높아진다. 2006년 하반기부터 펀드의 투자대상 규제가 사라지면 대안투자는 더욱 주목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시장 상황에 맞춰 주식형펀드가 부동산에, 부동산펀드가 주식에 투자하는 것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이는 곧 시장상황에 상관없이 일정한 수익을 내는 헤지펀드가 실질적으로 도입되는 셈"이라며 "투자자에게는 기회를, 자산운용업계에는 큰 활력소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대안투자가 안착하려면 ▶상품을 체계적으로 평가해 주는 전문기관의 확보 ▶다양한 상품의 수요.공급을 맞춰줄 수 있는 시스템 ▶대안투자의 성격을 제대로 알리고 투자교육도 겸하는 언론의 역할 등이 필요하다며 이 대표는 말을 맺었다.

이승녕 기자<francis@joongang.co.kr>
사진=최정동 기자 <choijd@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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