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6·88년 한국서 세계적 아트전 계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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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한국이 낳은 세계적 예술가 백남준씨(52)가 50년7월27일 조국을 떠난 지 34년만에 금의환향했다.
백씨는 『20세기의 천재』 『행동하는 예술인』으로 불리는 비디오아트의 창시자.
22일 하오 KAL편으로 부인 「구보따」(구보전성자·46)여사와 서울에 온 백씨는 모국방문소감을 묻는 기자들에게 『감개가 무량하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세상이 너무 비정해서 옷을 끼워 입고 다닌다』는 평소의 지론처럼 더운 여름인데도 와이셔츠 속에 긴 내의를 겹쳐 입고 멜빵을 멘 수수한 차림이었다.
백씨는 이번 여행목적을 묻자 부인이 옆에 앉아있는테도 『한국미인을 만나러 왔다』고 조크, 한바탕 웃겼다.
-왜 조국에서 활동하지 않고 외국에서만 활동하는가?
『문화도 경제처럼 수입보다 수출이 필요합니다. 문화는 싸게 판다고 잘 팔리고 비싸게 판다고 안 팔리는 건 아니지요.
나는 한국의 문화를 수출하기 위해 외국을 떠도는 문화상인입니다』
-한국에 와서 할 일은….
『아버지 어머니 산소에 가고, 가족 만나고, 동창생들도 찾아봐야지요. 내 동창(경기)이 서울시장이 됐다는데 한턱내라고 할 작정입니다. 유치원 짝인 이경희씨(수필가)도 만나보렵니다.』
-그 밖의 다른 일은….
『올 9월에 서독 뒤셀도르프에서 「여기부터」라는 비디오 아트전을 엽니다. 20m나 되는 높은 천장에 TV 1백대를 장치, 대대적인 쇼를 벌이지요. 한국기업이 독일에서 이름을 날리도록 기왕이면 우리TV를 쓰려고 합니다. 그래 이 문제를 국내 전자업체와 협의하렵니다.』
-예술활동은 왜 하는가?
『인생은 싱거운 것입니다. 짭짤하고 재미있게 만들려고 하는 거지요.』
-한국에서는 언제쯤 전시회를 열겠는가?
『86년과 88년 두차례 잡고 있습니다. 그 때는 한국보다 지구를 소재로 한 그야말로 세계적인 비디오 아트전을 열겁니다.』 <이규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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