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국회] 서울대의 황교수 논문 재검증,틀린 일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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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우석 교수 논문 조사하는 서울대가 틀렸다

서울대가 황우석 교수연구를 실사하기로 하였다. 틀린 일이다. 황 교수의 요청도 잘못이고 황 교수 요청을 빌미로 조사를 결정한 서울대도 틀렸다. 황 교수 논문을 조사하여 결과를 사이언스에 어떻게 반영하는지도 정해진 것이 없고 결과를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도 알지 못한다. 조사를 진행시키고 결과가 나온 후에 상황에 따라 처리수순을 밟자는 식이다. 조사결과가 나온 다음에 학계에서 이의가 나오거나 다른 형태로 문제가 제기되는 경우에 대한 방책도 없다. 잘잘못을 가리고 사태를 종결시키자는 것이나 서울대에 잘잘못을 가릴 근거도 없거니와 서울대가 종결한다고 종결되는 문제이기 어렵다.

황 교수 연구논문 문제는 학계에서 논의되지 않았다. 학계에서 논문에 대한 논의가 일어나 잘못이 없는 경우로 정리되면 서울대가 나설 일이 없고 잘못이 있는 경우로 되어 서울대의 인사문제가 되는 경우에는 서울대가 나서서 인사부분을 정리하면 되는 일이다. 언론보도와 특정인이나 특정세력이 제기한 문제점에 바탕하여 서울대가 조사에 나선 일은 잘못되었다. 학계의 의뢰를 받고 사이언스의 의뢰를 받았다해도 서울대는 서울대가 할 수 있고 하여야 하는 일을 하여야 맞다.

조사결과는 몇 가지로 예상이 가능하다. 원래 문제되었던 사안이 아니라 문제될 것이 없는 사안이 치명적인 문제가 될 소지도 있다. 한국의 연구문화와 미국의 연구문화가 다른 점이 있고 국가기관과 대학교수 연구실의 연구수행체계가 다른 점이 있다. 서울대 조사를 고리로 실험노트와 관련자료나 시료가 피츠버그 대학 등으로 건너가 조사된 결과는 서울대의 조사결과와 다를 가능성이 적지 않다. 실험노트 표준화도 미비되고 실험노트도 제각각인 상황이 문제되는 경우에는 내용과는 무관한 형식문제로 실격판정이 되는 경우도 예상된다. 서울대와 과기부나 교육부가 예상하지 못하고 있으나 형식적 문제도 조사에서는 간과되지 않는다. 서울대가 조사를 결정하면서 조사의 원칙과 기준과 범위와 방식 등에 대한 합리적인 방안을 마련해두고 있는 것이 아니라면 성급하고 잘못된 조사를 피하기 어렵다.

조사로 연구 노우하우가 완전히 공개되는 문제도 작은 문제가 아니다. 과학적 연구를 음식점 요리비법과 비교할 수는 없으나 연구개발에도 방법과 사람에 따른 차이가 있다. 학술지에서 요구하는 연구방법을 쓰는 수준에서 연구논문은 통용된다. 일일이 가르쳐가면서 모르는 사람이 없게 되고서야 학술논문을 발표하는 체계로는 학술발표가 진행되기 어렵다. 난자 핵 제거와 같이 고난도의 손기술이 필요한 일은 방법이 명확하나 손기술의 한계로 결과를 내지 못하는 일이 적지 않다. 재현은 일정한 방법을 숙련하면 된다는 것이지 누구라도 하면 된다는 재현이 아니다. 재현이 어려운 방법이면 더 쉬운 방법이 학술지에 보고되고 재현이 어려운 방법은 사람들이 외면한다. 방법이 틀려 재현이 안 되는 경우는 학술논문으로서의 구비요건을 충족하지 못하고 폐기되며 발표자는 조작이나 자격미달로 처리된다. 서울대의 조사는 학술논문 발표를 통한 공개를 넘어 황 교수 연구의 모든 것을 파헤치는 길을 연다. 조사에 따른 부작용을 상정한 안전책이 없는 상태에서 조사를 결정한 서울대가 틀렸다.

서울대는 과학문제에서 언론과 사회의 흐름에서 초연하게 학문의 길을 가는 것이 합당하다. 학계에서 정리될 문제를 서울대가 정리하겠다고 나선 일로 서울대는 본분을 벗어났다. 황 교수 연구를 둘러싸고 학계가 아닌 일반사회에서 제기한 문제는 학계에서 정리되는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맞다. 학계에서 문제를 제기하고 정리하는 방식은 언론을 통해서가 아니다. 학술발표를 통해서 문제를 제기하고 논의를 이어간다.

서울대에 조사를 받겠다고 나선 황 교수도 잘못했다. 비정상적 상황에 직면해서도 평상심을 잃지 않고 과학의 길에서 벗어남이 없었어야 맞다. 황 교수의 서울대 조사요청은 그가 처한 극단적인 상황으로 이해될 수 있으나 서울대 조사를 압박하고 서울대 조사를 결정한 관계자의 행위는 이해의 범위를 벗어났다. 황 교수 연구결과가 학계에서 학술적으로 정리되는 과학적인 길을 버리고 범인을 잡는 수사적인 방식의 조사를 취한 일로 서울대가 과학에서 멀어졌다. 황 교수 연구를 둘러싸고 문제를 제기한 일반인과 연구자는 다르다. 연구자는 학술적 방식으로 행동할 일이다. 전면에 나서 학술적으로 문제를 제기하지 않고 시류에 편승하여 비학술적으로 조사를 압박하는 것은 연구자의 자세에서 어긋났다. 과학의 틀에서 벗어난 서울대와 다를 것 없다. [디지털국회 김종민]

(이 글은 인터넷 중앙일보에 게시된 회원의 글을 소개하는 것으로 중앙일보의 논조와는 무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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