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41) 제80화 한일회담(240)-세 야당영수 예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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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나는 이동원 외무장관과 재개될 한일회담에서 최대한 확보해야할 사항과 대신 저쪽의 요구에 들어줄 한계선등을 구체적으로 논의했다.
나는『「시이나」일본외상이 현안의 성공적인 결말을 위한 환경 조성을 위해 한국측이 평화선 침범어선 및 어부를 석방해 주기를 간절히 요청해 왔다』고 지적, 『「사또」새내각도 금방 발족해 뭔가 저쪽에서도 성의를 가지려는 자세인 만큼 우리가 한번쯤 양보해 기선을 잡는것도 한방책』이라고 말했다.
이장관은 『나도 그럴생각이 없는것은 아니나 아직도 국민들의 반일감정이 격앙되어 우선 저쪽에서 거물급의 속죄사절 파한 정도의 성의를 보여야될것』이라고 난색을 표명했다.
이장관은 그러면서 『한일국교정상화문제는 초당적 기반에서 추진돼야 국민적 지지를 획득할수 있을 터이므로 김대사는 나와 함께 윤보선 민정당대표최고위원과 박순천 민주당총재·김도연 자민당대표최고위원을 예방해 교섭현황을 설명하고 그들의 이해를 촉구해보자』 고 말했다.
이장관과 나는 11월20일 상오9시 안국동의 윤 전대통령자택을 방문해 1시간여 초당 외교기반구축을 논의했다.
민정당의 강문봉·정해영의원도 동석한 자리에서 이장관은 비교적 소상하게 한일간의 교섭내용과 쟁점을 설명하고『해위선생님(윤씨 아호)께서 나라를 위해 결단을 내려주셔야 겠다』고 했다.
나도 최근의 일본 정계동향과 앞으로의 전망을 실명하고『일본이 더 큰 경제대국으로 성장해 오만한 입장에서 미국의 영향력도 어느정도 물리칠수 있는 단계까지 가지않은 시점, 더군다나 경제력을 바탕으로 남·북한을 본격적으로 등거리로 저울질할수 있는 상황 여건이 형성되지 않은 시점에 한일회담이 타결되는것이 우리 국익을 최대한 확보할수 있는 방안』이라고 역설했다.
이장관은 곁들여 『오는 유엔총회에 참석할 대표단과 한일회담 대표단에 야당도 참여하길 바란다』고 제의했다.
윤 전대통령은 이같은 우리들의 얘기에 『정부와 여당이 책임지고 해나가면 야당은 건전하게 비판하겠다』고 전제, 『한일문제에 야당이 정부·여당과 공동책임을 질 입장이 아니다』고 종래와 같은 의연한 입장을 재천명 했다.
윤 전대통령은 민정당은 대일 교섭과정에서 정부와 여당측이 교섭 타결에 급급한 나머지 공식 외교경로를 통하지 않는 비밀·개인외교를, 자행해 그로 말미암아 굴욕적 타협을 하는 사례를 도저히 찬성할수 없다고 격앙된 표정으로 말했다.
그는 또『그대들은 한 정권의 수명을 위해 국가백년대계를 그르쳐서는 안될것』이라고 경고하고 『일본의 평화선 침범금지·청구권액의 상향조정 및 그 공정한 사용을 기할수 있는, 그래서 국민이 납득할만한 정지작업을 한다면 민정당도 굳이 반대치 않을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유엔대표단에의 야당참여는 수락했으나 한일회담 대표단에의 참여는 딱 잘라 거절했다.
윤 전대통령을 만난 이튿날 하오 우리는 박순천여사와 김도연씨를 각각 차례로 만나 예의 협조를 요청했으나 그들은 적극적으로 정부입장을 두둔하지도 않았지만 또 윤 전대통령처럼 견결하게 반대하는 태도는 아니었다.
두 분은 거국적인 한일회담 추진방안에는 찬성했으나 그에 앞서 교섭경위·방향·자세 등을 뚜렷하게 밝히는 백서를 발표, 국민의 의혹을 푸는것이 선결과제라고 지적했다.
박여사는 특히 한일회담 대표단에 항일투쟁에 앞장섰던 독립지사의 참여를 요청해 정부는 이제의를 받아들여 고문에 3·1운동의 민족대표 33인중 1인인 이갑성옹을 참여시켰던 것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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