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독립운동사 체계화 아쉽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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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한국독립운동사연구의 문제점을 진단하는 학술모임이 15일 서용 올림피아호텔에서 열린다.
『한국독립운동사의 재조명』을 주제로 국사편찬위원회가 주최하는 이번 학술회의에서 박영석 국편위원장은 우선 한국독립운동사에 대한 역사인식의 문제를 제기한다.
조선총독부를 중심으로 한 일제의 한국지배통치사가 한국근·현대사의 실상인양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반면, 한국독립운동사 연구는 주체적인 입장에서 제대로 체계화되지 못한 형편이라는 것
항일무장독립운동에 대한 연구시각도 문제다. 독립군의 단순한 항일전투 전과만 연구할 것이 아니라 각 독립운동단체들이 추구한 기본방약과 민족도립 후 건설하고자한 근대적 민족국가의 제반 정책 등에도 관심을 기울여야겠다는 것이다.
박위원장은 또 사료의 선택문제도 제기한다. 한국독립운동사 연구의 기본자료는 한국측 사료가 중심이 돼야하나 많은 연구논문들이 주로 일본·중국측 사료중심인 점을 지적한다.
우리측 자료발굴, 특히 해방이후까지 생존한 독립운동가의 증언과 기록을 수집하고 아직까지 세상에 드러나지 않은 사료의 발굴에 더욱 노력해야겠다는 것이다.
한편「해외독립운동의 방향」을 살펴본 윤병석교수(인하대)는 한국독립운동사의 체계화가제대로 되지 못하는 몇 가지 요인을 제기한다.
먼저 제1차 세계대전 이후 국제정치질서가 베르사유 강화체제였던데 반해 해외 각지의 독립운동 노선은 그와 거의 상치됐다는 점이다. 따라서 이 분야의 보다 근원적인 관계자료발굴이 시급하다는 것.
또 러시아의 적색혁명으로 대두된 공산주의·사회주의 운동이 국내 독립운동에 유임돼 독립운동자간에 사상적 분열과 대립을 초래한 점이다. 윤교수는 공산주의·사회주의 운동과의 관계는 현재 한국독립운동사를 체계화하는데 가장 큰 문제중의 하나라고 지적한다.
또 해외독립운동의 기반이 된 한인사회가 지역에 따라 각기 다른 정치적·사회적·사상적·경제적 조건들을 제공함으로써 독립운동의 성향도 서로 상이한 성격을 드러낸 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날 모임에선 이밖에 박성수교수(정문연)가『한국독립운동과 민족사관』을, 신용하교수(서울대)가『청산리 독립전쟁을 중심으로한 독립군의 독립전쟁 재평가』를 발표한 후 종합토론을 벌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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