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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미 내려 개도국 부담 줄이기로|기대이상의 「알맹이」남긴 서방7국 정상회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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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런던경제정상 회담은 『기대하지 않는 자에게 복이 있다』고 한 「대처」 수상의 말을 전제로 한다면 여러 면에서 성과를 남겼다.
세계경제가 당면한 문제점에 대해 인식을 같이하고 행동지침(정책방향)을 담은 「경제선언」을 채택한 것 외에 「민주주의 가치에 대한 선언」 「동서관계 및 군비축소에 대한 서선언」 「국제테러리즘에 대한 선언」, 그리고 「이란-이라크 분쟁에 관한 결의성명」 등을 채택, 발표한 것은 7개국 정상들의 회담이 일부 냉소적인 비판처럼 아무런 알맹이 없는 겉치레 모임만은 아니었음을 말해준다.
세계현안문제에 대해 좀더 획기적이고도 구체적인 해결방안을 내놓지 못한 점이 아쉽기는 하나 경제정상회담 때마다 만병통치약과 같은 처방을 내놓는다면 세계문제는 복잡해질 까닭이 없을 것이다.
그것보다는 세계의 운명을 결정하는데 가장 영향력이 큰 7대 선진국의 정상들이 자리를 같이해서 문제점을 토론하고 이견을 조정함으로써 공동인식의 기반을 넓혀간다는 것 자체가 큰 의미를 갖고 있는 것으로 봐야한다.
이번 런던경제정상회담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로 부상, 토의된 것은 미국의 고금리와 개도국부채문제였다.
미국을 제외한 6개국정상들은 미국의 방대한 재정적자(올해 1천9백20억달러 예상)가 고금리를 부추기고있고 고금리의 지속은 세계경제의 성장을 어렵게 만들 것이라고 지적, 적극적으로 공공지출을 축소해 금리를 낮추는 노력을 해줄 것을 촉구했다.
이에 대해 미국의 「레이건」 대통령과 「리건」 재무장관은 『재정적자와 고금리가 직접적인 함수관계를 갖고있다는 증거는 없다』면서 공격의 예봉을 피하려 들었다.
그러나 3일간의 회담과정을 통해 미국측이 다른 6개국의 우려를 받아들여 예산적자를 줄이고 금리를 인하할 것을 다짐하는 행동지침을 공동성명에 우선적으로 반영시켰다.
인식을 같이한다는 합의사항이 나온 이상 미국정부는 금리를 낮추는 방향으로 정책을 마련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레이건」 정부는 11월에 대통령선거를 치러야 할 입장이기 때문에 당장 공공지출을 대폭 삭감하는 조치를 취할 수는 없을 것이고 따라서 금리인하로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현재 12·5%인 미국의 프라임레이트(우대금리)도 점차 하향세로 돌아설 것으로 예측되며 올 연말 외채총액이 4백26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보이는 우리 나라의 이자상환부담도 조금씩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지금으로서는 국제금리 하향추세에 대한 예측이 불가능하므로 우리 나라의 이자경감폭이 얼마나 될지는 좀더 두고보아야 한다.
개도국부채는 프랑스와 이탈리아 두 나라가 부채국의 상환부담을 덜어주는 과단성 있는 방안을 마련하자고 촉구했으나 미국이 강력히 반대, 결국 IMF(국제통화기금)의 역할을 주축으로 해서 개별국가 또는 케이스별로 지원해주는 방법을 택하기로 하고 장기적으로는 차관보다는 직접투자지원쪽으로 적극 유도하기로 했다.
개도국부채문제를 논의하는 자리에서 한국도 거론되고 있는데 『한국은 인도네시아와 함께 2년 전에는 위험한 국가군으로 분류되었으나 지금은 그런 위험을 극복했다』는 내용으로 말이 오갔다.
특별히 약8백억달러의 빚을 지고있는 멕시코에 대해 그 나라가 IMF의 정책건의를 충실히 지켜나가고 있음을 감안, 상환기간의 재조정조치를 지지해주기로 함으로써 개도국부채지원은 개별국가별로 자구노력을 중시한다는 것을 천명했다.
일본이 미국의 협찬을 얻어 제기한 새로운 「무역장벽완화협상안」(new round)은 원칙적으로 받아들여져 오는 86년도에 본격협상을 벌이기로 했다.
새로운 자유무역중진방안은 서비스 및 첨단기술산업분야, 그리고 농업분야를 포함시키기로 했는데 국제경쟁력에서 뒤진 프랑스·이탈리아가 소극적인 입장이다.
7개국 정상들은 경제공동성명에서 이란-이라크 전쟁으로 기름수급상 차질이 없을 것임을 천명한 뒤 상대방간, 그리고 제3국 배에 대한 공격을 중지할 것과 항해자유의 원칙을 존중할 것을 촉구하는 특별성명을 발표, 지대한 관심을 나타냈다. 영국주재 리비아대사관에서 총기를 난사한 사건(4월 중순)에 충격을 받은 영국측이 제안한 국제테러리즘에 대한 대책을 논의할 때는 북괴의 테러, 특히 작년 11월 우리 나라의 고위관리가 많이 희생당한 랭군폭발물사건도 거론되었다.
국제테러리즘을 퇴치하기 위해 서방7개국은 국가간의 경찰 및 정보기관들이 긴밀하게 협조하기로 하는 한편 외교면책특권이 국제테러분자를 엄호하는 수단으로 사용되는 것을 용납하지 않기로 합의했다.
서방7개국 정상들은 이밖에도 화기로운 분위기에서 몇 가지를 더 합의한 다음 9일과 10일 각각 귀국했다. 이들이 다짐하고 합의한 사항들이 얼마나 이행되는가는 내년 6월 서독 본에서 11차 회담을 가질 때 일단 점검될 것이다. 【런던=이제훈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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