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속 100km 넘었다고 벌금 6300만원 받다니…

중앙일보

입력

6300만원 벌금형에 처해졌다면 우리나라에서라면 1억원 넘는 검은 돈을 수수한 경우다. 스위스에서라면 실수로 생니 네 개는 뽑아야 한다. 핀란드에선 다르다. 시속 80㎞ 구간에서 103㎞로 달려도 그 정도 벌금이 나온다.

핀란드의 사업가인 레이마 퀴슬라는 과속을 했다가 지난달 초 5만4024유로(6300만원)의 벌금 고지서를 받았다. 시속 50마일 구간에서 64마일로 달렸다는 이유다.

그는 격분했다. 곧바로 페이스북에 “핀란드는 소득과 자산이 많은 사람들이 살기 불가능한 나라가 됐다”고 썼다. 그리곤 5만4000여 유로로 할 수 있는 일들을 게시했는데 그 중엔 메르세데스 벤츠 새 차 한 대를 구입하는 것도 포함돼 있다.

이 같은 벌금이 가능한 건 핀란드에선 소득(일당)에 비례해 벌금을 부과하기 때문이다. 퀴슬라는 2013년 650만 유로(76억원)를 벌었다. 벌금은 그에겐 8일치 일당이다. 핀란드에선 그에 대한 동정론이 적은 편이다. “법규를 지켰으면 벌금 안 내도 됐다”는 지적이 우세하다.

일각에선 “퀴슬라가 그나마 돈을 덜 벌어서 다행”이란 얘기도 나온다. 지금까지 알려진 과속 벌금으로 최고는 2002년 노키아 간부가 할리데이비슨을 타고 과속했다가 받은 11만6000유로(1억3500만원). 그의 연봉이 1400만 유로(163억원)에 달해서다.

퀴슬라 자신이 유경험자이기도 하다. 2013년 50마일 구간을 76마일로 달렸다가 6만3448유로(7500만원)를 부과 받았다. 둘 다 항의 절차를 거쳐 실제 납부액은 상당히 줄인 것으로 전해졌다. 퀴슬라의 경우 2013년에 5346유로(620만원)만 냈다고 한다.

런던=고정애 특파원 ockham@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