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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중앙일보선정새뚝이] 1. 사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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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2005년 한 해도 한국 사회에는 논란의 폭풍이 그치지 않았다. 쌀개방부터 사학법 개정, 줄기세포 연구 문제까지 논쟁거리가 많았다. 물론 서울 청계천 복원공사 완공 등 상큼한 소식이나 한계에 도전하는 인간 승리 등 희망을 주는 쾌거도 적지 않았다. 그런 가운데 세상 흐름에 새로운 물꼬를 트거나 어둠 속 빛이 되기를 자처해 앞날에 대한 희망을 준 새뚝이들은 어김없이 우리 앞에 등장했다. 장애 속에서도 고비사막을 마라톤으로 완주한 시각장애인은 우리에게 희망을 주고, 가부장적 호주제 폐지를 이끌어낸 여성계 인사는 세상 흐름을 바꾸었다. 이들의 사연은 우리 어깨를 두드리는 따뜻한 손이나 다름없다. 대학에 들어간 어린 천재가 있어 미래에 대한 기대를 안겨주기도 했다. 새뚝이는 남사당놀이에서 기존 놀이판의 막을 내리게 하고 또 다른 장을 새롭게 여는 사람을 말한다. 신선하게 등장해 과감한 발상과 성실한 활동으로 낡은 관습을 허물어 보다 나은 새 판을 만드는 것이 새뚝이의 역할이다. 이런 이들이 있어 세상은 한걸음씩 나아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사건사회부.정책사회부.수도권부

*** 장석효 서울시 행정부시장

청계천에 새 물길 튼 현장 사령탑

10월 청계천의 물길이 뚫렸다.콘크리트에 굳게 덮여있던 청계천의 복원은 단순히 하천 살리기에 그치지 않는다.역사.문화를 복원했고 사람들의 굳게 닫힌 마음까지 뚫었다.1000 만 명이 넘는 시민들이 가족과 친우들의 손을 잡고 달라진 청계천을 찾은 것도 시원하게 흐르는 물길뿐 아니라 '하면 된다'는 희망을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장석효(58) 서울시 행정2부시장은 누구나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던 청계천 복원 작업을 성공적으로 일구어냈다.

그는 2004년 7월 현장 사령탑 격인 청계천복원추진본부장을 맡은 이후 1년3개월 동안 매일 5.8km 청계천을 도보로 둘러보며 모든 공정을 감독했다.점퍼와 운동화는 유니폼이 됐다.문제가 발생하면 밤샘작업도 마다하지 않았다.청계천 양쪽에 옹벽을 쌓는 등 주로 땅밑에서 이뤄진 하천정비공사는 일요일도 쉬지 않고 하루 24시간 공사했다.이런 강행군 끝에 2~3년 걸릴 공정을 5개월로 단축해 주위 사람들의 혀를 내두르게 했다. 그래서 장 부시장은 "31년 공무원 생활 중 청계천 복원 작업이 가장 힘들었지만,가장 기억에 남을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청계천 주변 1500여 노점상들을 설득해 사고 없이 떠나게 한 것은 장 부시장의 가장 큰 업적으로 인정받는다. 청계천을 10개 구간으로 나눠 구간마다 서기관 한 명, 사무관 다섯 명씩 관련 공무원들을 집중 배치해 노점상들을 설득하도록 했다. 마침내 2003년 11월 30일 철거작업을 단 하루 만에 조용히 끝냈다.장 부시장은 건설국장.지하철건설본부장 등을 거치며 성수대교 등 한강교량과 내부순환도로.지하철 9호선 등 건설에 참여했다.

*** 최연소 대학생 송유근군

8세 대학 합격 … 과학 한국 꿈나무

올해 8세인 송유근군은 10월 24일 인하대 수시모집(자연과학계열)의 관문을 통과, 국내 최연소 대학 합격 기록을 세웠다.

송군은 하루 전날의 심층 면접에서 양자역학에 대한 질문을 받고는 물질입자의 운동을 설명하는 슈뢰딩거 방정식을 써 보이는 등 난해한 물리학 이론을 막힘없이 설명해 최종 합격 결정을 얻어냈다. 합격 발표 직후의 기자회견에서는 전공자들에게도 생소한 '초끈이론'을 연구해 보고 싶다는 희망을 밝히기도 했다.

내년 3월 송군은 노벨상 수상자 배출을 목표로 인하대가 따로 마련한 '과학영재학사 프로그램'의 첫 학생이 된다. 첫 학기에는 과목별로 전담지도교수가 지정돼 수학.물리.화학 등 3과목을 공부하게 된다.

송군의 대학 수업은 시간제한 없이 토론식으로 진행된다. 수학 전담교수로 지정된 박제남 교수는 "유근이는 집중력과 끈기의 천재이기 때문에 세계적인 물리학자로 커 갈 것을 100% 확신한다"고 말했다. 송군의 부모들도 "유근이는 머리가 뛰어나기보다는 다른 아이들에 비해 집중력이 월등한 것 같다"고 밝혔다.

첫돌 때까지 뒤집기도 못해 "늦되다"는 얘기를 들었던 유근이는 유치원 생활에도 잘 적응하지 못해 집에서 혼자 공부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수학.과학 책이나 컴퓨터를 접하면 12~14시간을 꼬박 매달리는 놀라운 집중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혼자 공부를 시작한 지 6개월 만에 미적분 문제를 풀었으며 1년여 만에 정보처리기능사 자격을 땄다.

지난해 11월 초등학교 6학년에 입학, 3개월 만에 졸업하고 올해 5월.8월에는 고입.대입 검정고시를 통과했다.

송군의 목표는 10대를 넘기기 전에 해외 유명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20대 초반부터 세계적인 물리학자로 자리 잡는 것이다.

요즘에는 드럼 연주에 푹 빠져 대학 내 록밴드 동아리에도 가입하고 싶다는 송유근군. 그런 그에게 '1명의 천재가 수십만 명을 먹여 살린다'는 과학기술사회의 미래 엘리트로 쑥쑥 커 나갔으면 하는 기대가 쏠리고 있다.

*** 마라토너 이용술씨

시각장애 딛고 250㎞ 고비 사막 완주

시각장애인 마라토너 이용술(44)씨의 용기와 희망은 2005년 사회의 한구석을 밝히는 등불이었다.

2005년 벽두에 있었던 6박7일간의 고비사막 마라톤 도전은 작은 충격이었다. 2003년 사하라 사막 마라톤, 지난해 아마존 정글에 이은 두 번째 극한지 마라톤 도전이었다. 탈진 위기를 여러 차례 넘기며 250㎞를 완주하는 그의 모습은 감동의 물결을 일으켰다.

그는 자신의 '장정'을 "장애에 대한 편견을 극복하고 국토 사랑을 실천하기 위해서"라고 말한다. 11월의 중앙일보 마라톤까지 모두 89회 완주의 대기록을 달성했으며 내년 100회 완주를 달성할 계획이다.

이씨는 "나와 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들이 나로 인해 작은 희망을 갖게 되면 그것으로 만족"이라고 말했다.

*** 황교안 차장검사

전 국정원장 구속 … 불법 도청에 쐐기

"법에 따라 원칙대로 수사하면 숨어있는 진실을 밝힐 수 있다고 자신합니다."

7월 말 황교안(48.사법시험 23회) 서울중앙지검 2차장검사가 도청수사팀장이 되면서 한 말이다. 실제로 황 차장은 국가정보원(옛 안기부)의 불법 도청 수사가 진행된 143일 동안 이 원칙을 충실히 지켰다. 검찰 공안부에서 잔뼈가 굵은 베테랑답게 수사과정에서의 인권침해 시비나 수사기밀의 외부 유출 등 작은 실수 없이 수사를 말끔하게 마무리했다.

특히 임동원.신건 씨 등 전직 국정원장을 사상 처음으로 불법 도청을 지시.묵인한 혐의로 구속하는 초강수를 뒀다.국가기관에 의해 자행된 불법 도청의 최고 책임자들을 단죄함으로써 유사한 사태의 재발 방지를 위한 초석을 놓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 곽배희 소장

가부장제 상징 호주제 철폐 결실

한국가정법률상담소 곽배희(59)소장은 가부장제의 상징으로 통하던 호주제라는 높은 장벽을 허물고 양성평등으로 가는 큰 걸음을 내딛게 한 여성계의 새뚝이다.

올 3월 2일 국회에서 호주제 폐지를 골자로 한 민법개정안이 통과됨으로써 여성계의 50년 묵은 숙원이 이뤄졌다. 곽 소장의 스승인 고 이태영 변호사가 가족법 개정운동을 전개한 지 50년, 곽 소장이 이 운동에 동참한 지 딱 30년 만에 거둔 결실이다.

호주제 폐지 운동에는 곽 소장뿐 아니라 각계 여성계 인사들이 '올인'했다. 이 과정의 한가운데에는 언제나 곽 소장이 있었다.

곽 소장은 "호주제로 인해 가슴에 멍이 든 여성들이 흘리는 눈물을 닦아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 한복 명장 유정순씨

APEC 정상에 '한국의 미' 입혀

"한 치도 되지 않는 바늘로 한복의 아름다움을 지구촌에 각인시킨 인물."

한복 명장 유정순(57.여)씨에게 쏟아지는 찬사다. APEC 정상회의 둘째 날인 11월 19일 21개국 정상이 부산 해운대 동백섬 누리마루를 배경으로 기념촬영을 할 때 입었던 두루마기가 그의 손끝에서 태어났다.

김영재(70).이재순(71)씨 등 다른 한복 명장과 함께 이 기품 넘치는 정상 두루마기를 만들었으며 두루마기 색깔 일곱 가지를 무지개의 색과 색을 섞어 한국적인 은은한 멋을 내도록 제안했다. 미국.일본 등 13개국 박물관에 한국 전통혼례복을 전시품으로 제공했으며 36개국에서 한복 전시회나 작품 발표회를 여는 등 민간외교사절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1995년 한복 명장(노동부)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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