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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1과 K2는 몸값 차이뿐" "프로 팀 자존심 지키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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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한국 최고의 축구 클럽을 가리는 축구협회(FA)컵에서 사상 최초의 아마추어 챔피언이 탄생할 것인가.

17일 서울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FA컵 결승전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K2-리그 소속의 울산 현대미포조선과 K-리그의 전북 현대가 우승컵을 놓고 마지막 승부를 벌인다. 미포조선은 '최초의 아마추어팀 우승', 전북은 '세 번째 우승'이 목표다.

각국의 FA컵에서 아마추어팀이 우승하는 것은 유례를 찾기 힘들다. 1993년 독일 FA컵에서 베를린 스포츠클럽이 준우승했었고, 97년 잉글랜드 FA컵에서는 3부 리그 팀 체스터필드가 4강에 든 적이 있다. 2000년 프랑스의 4부 리그팀 FC 칼레가 FA컵 결승에 진출하자 '칼레의 기적'이라고 불렀지만 이들도 우승은 하지 못했다.

선수가 16명밖에 없는 미포조선은 32강전부터 부산 아이파크(2-1 승)-대전 시티즌(1-1, 승부차기 3-2 승)-포항 스틸러스(0-0, 승부차기 4-3 승)-전남 드래곤즈(3-1 승)를 차례로 꺾었다. 프로팀을 상대로 4연승을 거둔 것이다. 미포조선은 포지션별 대체 선수도 없다. 하나뿐인 골키퍼 양지원이 부상이나 퇴장을 당한다면 필드 플레이어가 골문 앞에 서야 한다.

그러나 유진회 감독대행은 "몸값만 빼고는 (우리 선수들이) 프로 선수들과 차이가 없다"며 "헝그리 정신으로 결승까지 왔다. 선수들에게 동기 부여만 해주면 좋은 경기를 할 수 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세 번째 우승컵 사냥에 나서는 전북은 올 시즌 12위의 부진을 털고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진출권을 따냄과 동시에 프로리그 전체의 체면을 살려야 하는 이중의 부담을 안고 있다. 8강전에서 호화 군단 수원 삼성을 꺾었고, 준결승전에서 인천 한국철도를 3-1로 눌러 팀 분위기는 상승세다. 최강희 감독은 부상 중인 최진철을 투입하는 승부수를 던질 계획이다. "결승전은 사실상 정신력 싸움이 될 것"이라고 예상한 최 감독은 "프로의 자존심을 지키겠다"며 승리를 다짐했다.

이충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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