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일본이 아시아 정책 중심" … 워싱턴 거리마다 일장기 걸고 환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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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왼쪽)와 아키에(昭惠) 여사가 26일 7박8일간의 미국 방문을 위해 전용기에 오르며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AP=뉴시스]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방미를 하루 앞둔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의 거리 곳곳에 성조기와 일장기가 나란히 내걸렸다. [채병건 특파원]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방미를 계기로 미국이 일본과의 찰떡궁합을 과시하고 있다. 백악관은 지난 24일(현지시간) 아베 총리의 방미 일정을 사전 브리핑하며 “일본이 아시아 정책의 중심”이라고 밝히며 아베 정부를 아시아 동맹의 최정상으로 격상시켰다.

 에번 메데이로스 백악관 아시아담당보좌관은 “아베 총리의 방문은 우리의 아시아 정책에서 일본이 중심임을 단언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벤 로즈 백악관 국가안보 부보좌관 역시 “미·일 동맹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우리 동맹·우방국 네트워크에서 분명히 중심에 있다”고 밝혔다. 그 이유도 설명했다. 메데이로스 보좌관은 “우리는 이번 방문을 아시아·태평양 재균형 정책을 위한 광범위한 노력의 관점에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이 재임 중 업적으로 추진하는 재균형 정책은 군사적으론 이 지역에서 미국의 대리인을 만들고 경제적으론 중국에 대응한 미국 주도의 경제권을 구성하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이 핵심이다. 둘 다 일본이 축이다. 메데이로스 보좌관은 “27일 뉴욕의 양국 장관 회담 때 미·일 동맹 관계에서 역사적인 변화가 발표된다”며 “미·일 방위협력지침 개정은 동맹에서 일본의 역할을 크게 확대하고, 일본이 광범위하게 미군을 지원하는 메커니즘을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로즈 부보좌관은 TPP에 대해 “몇 주 안에 (양국 간에) 남은 이슈들을 결론 내기를 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정상회담에선 협상 타결 발표가 나지 않겠지만 두 정상이 진행 상황을 점검할 것으로 예고했다. 오바마 정부가 공화당의 반발을 무릅쓰고 추진하는 기후변화 대책을 놓고도 백악관은 일본이 우군이라고 선언했다. 28일 미·일 정상회담에서 기후변화 등의 국제 현안이 반영된 공동성명이 나온다고 예고했다.

이날 메데이로스 보좌관은 한·일 과거사 문제에 관한 질문을 받고 “모든 쪽이 건설적이고 미래지향적이며 최종 해결을 추구하는 관점에서 과거사 문제를 다뤄야 한다”고 밝혔다. 양측 모두를 거론해 한국 역시 움직여야 한다는 점을 시사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미국이 아베 총리의 선물 보따리를 의식해 과거사 이슈에 소극적 입장을 보이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배경이다.

 미국 정부는 아베 총리에 대한 대접도 파격으로 나섰다. ‘공식방문’이지만 실제론 이보다 격이 높은 ‘국빈방문’이다. 아베 총리 부부는 앤드루스 공군기지에 도착하면 의장대 사열을 받고 백악관 ‘사우스 론’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 부부의 공식 환영을 받는다. 앞서 존 케리 국무장관이 보스턴 자택으로 아베 총리를 초대해 만찬을 하는 것도 최고의 대접이다. 아베 총리는 또 오바마 대통령과 정상회담은 물론 조 바이든 부통령과도 별도 오찬을 한다. 영부인 미셸 오바마 여사는 아베 총리의 부인인 아키에 여사와 함께 버지니아의 초등학교를 방문한다. 국빈만찬 땐 미셸 여사가 디자인에 참여한 식기가 제공된다. 국빈만찬은 오바마 대통령 취임 후 이번이 여덟 번째에 불과하다. 아베 총리의 방미를 하루 앞둔 25일 워싱턴의 백악관 주변 도로들에는 일장기와 성조기가 함께 걸려 나부꼈다.

워싱턴=채병건 특파원 mfemc@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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