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출동 임종룡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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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24일 미래에셋 센터원 빌딩에서 열린 ‘사적연금 현장 간담회’에 참석한 임종룡 금융위원장. [뉴시스]

“공인인증서가 없더라도 본인 확인만 되면 온라인 보험에 가입할 수 있게 해달라.”

 “금융지식이 충분한 전문투자자까지 매 분기 의무적으로 투자성향을 파악하도록 한 규제는 과도하다.“

 금융위원회에 금융회사들의 규제·제도 개선 건의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 이달 들어 3주간 614건이 들어왔다. 불합리한 규제와 관행에 이런저런 불만을 터뜨리다가도 ‘갑(甲)’인 금융당국 앞에 서면 꿀먹은 벙어리가 되곤 했던 금융회사들로선 이례적인 일이다. 차일피일 결정을 미루던 금융당국의 태도도 사뭇 달라졌다. ‘2주내 회신’이 원칙이다. 최근 신용카드사들이 할 수 있는 부수업무를 확대하고, 실물카드 없이도 모바일 신용카드를 발급할 수 있도록 한 방침도 이런 과정을 통해 나왔다. 금융당국은 또 보험사들의 건의를 받아들여 인터넷 보험 청약 때는 가입 절차를 보다 간소화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금융업계 ‘손톱 밑 가시 뽑기’를 주도하고 있는 건 임종룡 금융위원장이다. 지난달말 금융위와 금융감독원이 함께‘금융개혁 현장점검반’을 꾸려 금융회사들의 건의 사항을 듣도록 했다. 이달초부터 29개 회사를 방문했고, 앞으로 1년간 400곳을 찾을 계획이다. 정통 재무관료 출신인 임 위원장은 올 2월까지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을 지냈다. 그는 “당국의 즉흥적인 규제와 탁상행정이 현장에서 어떤 부작용을 일으키고 왜곡되는지 ‘을(乙)’이 되보니 알겠더라”면서 현장 중심의 금융개혁을 강조하고 있다. 업계의 건의 사항에 신속히 회신하고, 수용하지 않더라도 왜 못하는지 성의있게 답변하라는 게 그가 관료들에 내린 지침이다. 한 시중은행 임원은 “금융사를 거친 금융당국 수장에 업계도 기대감이 있는 게 사실”이라면서도 “금융개혁이 효과를 내려면 현장에서 직접 금융회사를 검사·제재하는 실무자들의 인식까지 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민근 기자 jm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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